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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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박성우 朴城佑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이 있음. ppp337@hanmail.net

 

 

 

어떤 통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읍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닮은 노인들 몇만 듬성듬성 앉아 있다 안전벨트 안허면 출발 안헐 팅게 알아서들 허쇼잉, 으름장 놓던 버스기사가 운전대 잡는다

 

차가 출발하기 무섭게 휴대전화 소리 들려온다 어 넷째냐 에미여 선풍기 밑에 오마넌 너놨응게 아술 때 쓰거라잉, 뭔 소가지를 내고 그냐, 나사 돈 쓸 데 있간디

 

버스는 시큰시큰 정읍으로 가고 나는 겨울에도 선풍기 하나 치울 곳 없는 좁디좁은 단칸방으로 슬몃슬몃 들어가본다

 

 

 

오리알

 

 

시골집에 가니 노모가 오리알을 내오신다 먼 오리알이다요?

 

아 저 아래짝 평사뜰에 희뜩허니 뭐시 들어왔지 않냐 긍게 뭐시냐 딱 두해만 오리 키운다고 타관에서 젊은 양반 내외가 들어와서 허는디 동네사람들이 냄새난다고 글까봐서 그 집서 집집마다 오리알을 안 돌리냐, 마을회관에서는 아예 오리를 대놓고 먹는당게

 

엄니, 오리알 좀 있습디요?

 

야야 말도 말아 저번 큰물 때 뚝이 터져가지고 오리고 뭐고 싹 쓸어가버렸잖냐 그나마 사람 안 쓸어간 게 다행이라먼 다행이여, 그렇잖어도 짠허고 미안혀 죽겄응게 오리알 얘기는 꺼내지도 말그라잉

 

노닥노닥 놀다가 자려고 눕는데 노모가 방문 앞에서 한마디 던지신다, 달걀이라도 댓개 쪄주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