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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민영 閔暎
1934년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단장(斷章)』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사를 바라보며』 『해 지기 전의 사랑』 『방울새에게』 등이 있음.
동지(冬至)의 시
나무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지난 봄
수많은 푸른 잎 사이로
비단같이 보드라운 꽃을 피우던
나무들은 시방
바람이 불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줄기 사이로 새봄을 준비하는
꽃몽우리를 속껍질 속에 숨긴 채
난세를 참고 견디는 선비같이
눈을 감고 있다, 말없이!
제주에서
멀리서 바다가
흰 거품을 물고 달려오는 게 보인다.
해변의 검은 바위 앞에서
불을 쬐던 해녀들이 하나씩 일어나
물옷을 갈아입고 휘파람을 불면서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문득,
입수하기 전에 한 해녀가
육지에서 찾아온 철없는 길손에게
넌지시 일러준 말 한마디가 생각난다.
“우리는 늙어가두 바당*은 그대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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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은 바다의 제주도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