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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은강
1971년 대전 출생. 2006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 kkori71@naver.com
최초의 습격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껴보기도 전에 꽃이 아름답다는 말을 먼저 배웠다 그 말이 꽃의 아름다움을 꺾었다,
나는 꽃을 잃어버렸다
비문(非文)들
입술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더라면 말은 세속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져보면 입술은 차고 습한 사물이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랄산맥을 오르는 깜차까반도의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순록이었고 그때 우리에게 아버지 따위는 없었다 언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야만과 혼례를 치르고 옛날을 달리는 짐승처럼 신성했고 그때 우리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마침내 삶은 불멸로 타락했고 마침내 삶은 아버지라는 궁리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불임의 태초, 아무것도 수태하지 않는 말들의 순례는 시작되었다 이 말이 다형체다 언어는 언어와의 교미만을 지향한다 만삭의 밀어들이 새카맣게 말라죽을 때까지 입속의 내 말이 다형체다 당신은 현재에서 현재로 불멸하는 종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에게로 회귀하는 자, 신화여 미래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어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 당신의 화법이 내 입속의 혀처럼 부드러워 이 말이 다형체다,
부르는 대로 피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