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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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4인 신작시선

 

이상국 李相國

1946년 강원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등이 있음. bawoo8586@hanmail.net

 

 

 

슬픔을 찾아서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느냐며

이런 나라 사람 아닌 것처럼 겨울 팽목항에 갔더니

 

울음은 모래처럼 목이 쉬어 갈앉고

울기 좋은 자리만 남아서

 

바다는 시퍼렇고 시퍼렇게 언 바다에서

갈매기들이 애들처럼 울고 있었네

 

울다 지친 슬픔은 그만 돌아가자고

집에 가 밥 먹자고 제 이름을 부르다가

 

죽음도 죽음에 대하여 영문을 모르는데

바다가 뭘 알겠느냐며 치맛자락에 코를 풀고

 

다시는 오지 말자고 어디 울 데가 없어

이 추운 팽목까지 왔겠느냐며

 

찢어진 만장들은 실밥만 남아 서로 몸을 묶고는

파도에 뼈를 씻고 있네

 

그래도 남은 슬픔은 나라도 의자도 없이

종일 서서 바다만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