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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문재 李文宰
1959년 경기 김포 출생. 1982년 『시운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등이 있음. slownslow@naver.com
대가족
돌아오는 금요일이
아버지 기일
올해로 스물일곱해째
그러고 보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매년 꼬박꼬박 나이를 드신다
살아서 팔십 돌아가시고 나서 스물일곱
그러고 보니 죽은 자에겐
죽은 그날이 두번째 생일이다
죽음이 새로 살기 시작한 첫날이다
살아 있는 우리가 기억한다면
기일은 엄연한 생일이다
아버지가 꼭 그렇다
돌아가시고 나서 더 자주 오신다
당신 제삿날은 물론이고
어머니와 큰형님 큰형수 제삿날
설과 추석에는 며칠 전부터 안방 차지
내 생일 아침에도 큰 기침을 하신다
아이들 졸업식에는 물론
친척들 장례식과 결혼식장
명퇴 전날에는 회사 앞 단골술집
어젯밤에는 사나운 꿈자리에까지
아버지 안 가시고 자주 오신다
올해로 백일곱 참 오래 사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네 식구
한달에 한번 밥 한끼 같이 먹기 힘든
우리 집이 여전한 대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