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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진수미 陳秀美
1970년 경남 진해 출생. 1997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으로 『달의 코르크마개가 열릴 때까지』가 있음. shistory@hanmail.net
랍비 레비나스
그의 이름에는 한없이 긴 낭하 끝 거울 같은 울림이 있지. 회당 첨탑 끝
종〔僕〕이 종을 울렸어. 뎅그렁
소리 날까?
종이가 종이를 울리면? 파르르르륵
은행의
계폐기 소리
거의 시적인 공명상자 같은 이름, 나는 고아이며 과부란다.
두시간 전 혼례복이 십분 후면 검게 물들여진다.
서두르렴 곡소리와
뱃가죽을 찢고 나오는 앙상한 손가락
종이가 종이를 울리면,
Baby… Kill, baby!
이곳의 주인은 소리가 아니야.
옹호되지 않는 뻰치
볶음 요리와
맥주를 먹었지,
나뭇잎처럼 얼굴이 팔랑거린다.
옆으로
위로
아래로
한뼘씩 자란 것이다.
생산을 재촉하지 않는 밤이야, 아무도.
멋져/
새벽의 연장통이 쏟아진다.
음악/ 그래도/ 소음/
누군가는
음악/
가면을 두드린다.
철로 된
비틀어도 휘어지지 않는 얼굴
색을 바꾸지 않고
튀김과 흑맥주를 즐기게 될 거야.
가끔씩 끊기는
음악으로 입술을 훔치겠지,
불연속면이 늘어난다. 뒤쪽에
포진한 것들을 안다.
모른다/ 안다/
모른다.
거의
뒤통수가 프레임 밖으로
달아난다, 자꾸만. 거피한
거리를 걷고 있어요.
무성해 무성해 ‘빈차’ 표지등
우그러진 종이컵 폐업을 알리는 전단지
파헤친 보도블록 웅덩이
토마토 벗겨진
토마토 붉은
잇몸
그쪽으로 귀가 자랄 거야.
싯누런 이의 형상
재개발구역의 차폐막
처럼
관계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연결어미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음들이 순환하는 방식을
물어봐야지, 연장통
에게
끊어지는
비에게
구부러지는 피의 통증
따스함에게
씬택스/ 씬택스/ 그건
아마 음악/
거의, 소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