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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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 咸成浩

1963년 강원 속초 출생.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성 타즈마할』 『너무 아름다운 병』 『키르티무카』 등이 있음. haamxo@gmail.com

 

 

 

우리는 자꾸 진다

 

 

우리의 싸움은 지기 위한 싸움이다

 

생활과 생존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거주와 주거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갑과 을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지상과 고공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개발과 재개발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이자와 보상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삶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터전과 월세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시급과 대출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재난과 책임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목격과 실천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물대포와 차벽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불법과 준법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민주주의와 선거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고

무지와 폭력 사이에서 지는 싸움이다

 

우리의 싸움은 끝이 없다

 

이기는 것보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 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