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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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崔泳美

1961년 서울 출생.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등이 있음. ymchoi30@hanmail.net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그해 여름의 문자메시지

 

 

아버지 위독하시대

아버지 운명하셧다

(맞춤법이 틀려도 그냥 넘어갔다)

영정사진 갖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와

아버지 주민등록 주소 좀 알려줘 빨리

 

엄마랑 통화했어

아버지 세례명 요한

천주교식으로 장례 치르지 말래

 

안치료 20

입관료 20

음식값 기본 50

상복대여비 2

수의 38

25

운구비 40만(기사 팁 포함)

화장비 10

유골함 3

 

꽃값은?

계산은 나중에 하자

 

아버지의 피 묻은 틀니를,

가져가려는 자식이 없어

무슨 전염병 만지듯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팔십이 되도록 젊은이처럼 단단하던

당신의 자랑이던 몸이 뜨거운 가루가 되기까지

사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상속포기 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

하우스와인을 한잔 마신 뒤에

성가신 여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