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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 현장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도농순환의 지속 가능한 상상
임경수 林慶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논산시 희망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사회적 기업 ‘이장’ 대표이사,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상임이사 등 역임. 01048446865@naver.com
농촌발전의 일반 해법을 찾아
지난 15년간 농촌개발과 관련된 전문가, 활동가로 살아온 필자의 눈에 농촌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농촌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마을만들기’를 비롯한 주민참여형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일자리 창출의 목적으로 도입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정책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지역개발과 접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농촌발전의 일반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농촌지역의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곳이 바로 전북 완주군이다. 완주군은 2008년부터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 영역의 다양한 사업을 주민 주도적 방식으로 추진해왔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농산물 생산·가공·판매를 비롯하여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체 방식의 창업이 촉진되었고 500여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겨났다. 완주군의 사업이 성공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조건을 가진 농촌지역에서 완주와 같은 발전방식이 유효할지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스스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만한 동력이 부족한 다른 지역에서 이 발전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완주군의 여건과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주군의 특수한 조건, 특히 도시지역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농촌 활성화의 일반 해법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도농순환이라는 지속 가능한 상상을 해보고자 한다.
마을만들기와 사회적 경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마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일이 일어나는데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산업화·도시화 중심의 경제개발정책에서 소외된 농촌을 재건하기 위한 시도이자 근대화의 상징이었는데 이후에는 농촌마을에 눈에 띄는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마을만들기 운동이 농촌의 지역개발사업에 접목되면서 농촌마을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정부는 수입개방으로 농업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마을의 자연환경, 경관, 전통문화 등을 활용하여 도시민을 불러들이는 농촌관광사업을 마을단위로 지원했고,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자 농촌활성화를 목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활용한다. 농촌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로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과 농촌관광을 통해 마을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경제적 관점 중심의 농촌 마을만들기가 단기적으로 마을주민에게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소득을 높이는 결과가 나타났으나 이러한 효과가 농촌마을의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지, 혹은 몇개의 마을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농촌마을의 일반적인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낙관적이지 않다. 도시로부터 농촌마을로 들어온 돈에 주목하면 다른 상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사업을 시작한 한 마을의 이장은 처음에는 파란색 1톤 트럭을 타고 다녔다. 사업이 어느정도 활성화되자 그는 농촌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과정에 선진마을 지도자 강사가 되어 검은색 쎄단을 타고 다니게 되었다. 마을사업과 강의로 돈을 번 이장님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도시의 아파트를 산다. 도시에서 공부해야 하는 자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일환이기도 하다. 녹차밭이 많은 남도의 한 마을에서 마을발전계획을 만들던 때의 일이다. 녹차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인터뷰하다가 물어보았다. 혹시 술은 주로 어디에서 드시나요? 인근 도시의 번화가가 답이다. 가까운 읍내에는 좋은 술집이 없다고 한다. 혹시 농사짓지 않는 농산물은 어디에서 구입하시나요? 인근 도시 대형마트. 혹시, 혹시 어디 사시나요? 인근 도시 아파트. 큰돈만 농촌에서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농촌 주민들은 자신이 생산하지 않는 식량을 사기 위해 인근 도시의 대형마트를 이용한다. 농촌경제가 침체되었기 때문에 구매할 만한 물건과 서비스를 농촌에서 얻기 어려워 소비생활 대부분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자녀의 교육과 문화, 복지 등 사회적 환경의 편중 때문에 도시에서 출근해 농사를 짓는 농민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에 팔 만한 것이 있으면 그걸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외부에서 사오는 방식으로 이제까지 지역개발이 이루어져왔다. 그러다보니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농촌에는 병원도 없어지고 철물점도 없어지고 술집도 없어지고 그 종사자도 함께 없어지고 있다. 결국 어려운 농촌 주민은 일자리를 찾아, 넉넉한 농촌 주민은 좋은 사회적 환경을 찾아 도시로 옮겨갔다. 그렇게 농촌의 인구감소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마을이라는 공간적 범위를 넘어서 이러한 제약과 한계를 넘어서는 모범적인 사례가 나타났는데 바로 충남 홍성군 홍동 지역이다. 홍성군 홍동면 일대는 1958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설립을 계기로 주민 중심의 생협활동, 문화활동, 교육환경 조성 등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통해 활발한 농촌을 만들어왔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1970년대에 유기농업을 도입하고 농촌 지도자와 농촌지역 일꾼을 양성하면서 지역사회운동의 확대를 도모했다. 많은 풀무학교 졸업생들이 지역에 남았고, 그렇게 축적된 인적자원, 지역 잠재력이 신협, 생협, 주민주도형 어린이집, 여성농업인센터 등 여러 풀뿌리식 농촌 자치조직을 만들었다. 이러한 풀뿌리조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수와 종류가 더 많아지면서 농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풀뿌리조직과 이들의 느슨한 교류·협력으로 만들어진 무정형의 지역공동체가 지역 주민의 삶을 지탱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도시민의 이주가 일어나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선순환적 지역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홍동지역과 함께 주목받는 곳은 강원도 원주다. 1965년 천주교 원주교구장으로 부임한 지학순(池學淳) 주교와 무위당(無爲堂) 장일순(張壹淳) 선생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역사회를 피폐하게 할 것을 예견해 원주신용협동조합을 만들고 청년들에게 협동적 경제를 만들어갈 것을 교육했다. 이러한 선지자의 노력으로 생긴 밝은신협, 원주한살림생협, 원주의료생협 등 12개의 협동조합은, 조합원 3만 5천명, 연간 총매출 184억원, 상시 고용인원 388명으로 원주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공동체사업과 관련한 정책이 시작되자 기존 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공동체 회사, 또다른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의 주체들이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만들어 협력하고 있다. 원주의 사회적 경제 주체 간 협력의 성과는 (주)행복한시루봉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지면서 잘 드러났다. 이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기관들의 상호출자 방식을 통해 세워진, 장애인과 고령자가 친환경 떡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인데, 영농과 관련된 조직들이 재료를 공급하고 소비자 조직이 소비를 해주는 동시에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한달에 한번 돌아가면서 점심을 떡으로 해결하면서 이 사업조직은 손익분기점에 빨리 도달할 수 있었다.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을 넘어
홍동과 원주의 사례를 학습한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경제모델인 사회적 경제와 만나게 되었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시장경제가 이익창출을 위해 사회에서 이탈했지만 호혜적·상호부조적 인류의 전통적 경제의 지혜를 살려 지역 중심의 경제를 구현한다면 경제를 재사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다른 방식의 경제활동이 마을에 접목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을과 공동체를 해체하는 시장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농촌지역에 사회적 경제를 적극적으로 접목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곳이 바로 농촌활력사업을 추진한 완주군이다. 2008년 이전 약 830㎢의 면적을 가진 인구 8만 6천명의 완주군은 봉동읍, 삼례읍, 이서면을 제외한 나머지 10개면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주군은 순환농업, 농가부채 경감, 로컬푸드, 어르신들의 복지농장, 마을회사 육성 등의 ‘약속프로젝트’로 2008년부터 5년간 약 500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지역주민이 스스로 사업을 벌여 해결하게 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희망제작소의 제안을 받아들여 추진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농촌활력과를 신설해 각 실과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통합했으며 민간지원조직의 설립을 지원하여 마을회사육성센터, 로컬푸드지원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도농순환센터 등의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었다.
마을회사육성사업의 단계별 지원체계를 통해 완주군 400여개 마을 중에 100여곳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 중 6차 산업(1차 산업인 농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에 진입한 마을은 월 매출 수천만원과 상시 고용인원을 가진 회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또한 (사)마을여행사업단 마을통을 설립하여 마을의 도농교류와 농촌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사업 준비, 창업의 2단계 지원을 통해 40여개 공동체사업의 출발을 지원하여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사업단이 생겨났다.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농장인 두레농장은 10개 마을을 지원해 비닐하우스, 공동작업장 등을 조성하고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로컬푸드 사업은 일단의 소비자들이 농민단체와의 계약을 통해 미리 돈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방식의 꾸러미사업을 하는 건강한밥상 영농조합과, 제3섹터 방식의 (주)완주로컬푸드주식회사를 설립해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관내 농협도 하나로마트에 직매장을 개설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농민거점가공센터가 로컬푸드를 위한 농산물 가공의 편의를 돕고 있고 2013년 하반기부터 공공급식지원센터가 학교급식, 병원 등에 로컬푸드를 공급 중이다.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농촌활력사업을 추진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완주군 로컬푸드는 연 70억원 이상의 매출을 통해 1천여명의 로컬푸드 생산자가 안정된 소득을 올리고 있고 관련된 유통, 가공 분야에서 5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에 전국에서 연간 3만명 이상이 따라 배우기 위해 완주군을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행정적 지원과 민간지원조직의 주민밀착형 관리로 주민을 뒤에서 미는 동시에 꾸러미사업, 직매장, 거점가공센터, 여행사업단 등이 앞에서 끌어당기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완주군은 작은 규모의 농사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역, 다양한 농산물 가공이 가능한 지역, 농업 이외에도 다양한 일자리가 있는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어가는 지역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많은 도시민이 귀농·귀촌을 하거나 희망하고 있다.
이렇듯 완주군 농촌활력사업의 성공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돈이 이내 다시 빠져나가 농촌경제가 도시경제에 종속되는 상황을 막고 지역경제를 순환하고자 한 것, 농촌지역의 공동체적 특성을 활용해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등 민간전문조직을 육성해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한 것 등의 요인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숨어 있는 성공요인도 있다. 첫째, 중앙정부의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인 예산을 마련해 농촌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완주군은 약속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향후 5년간 100억씩, 총 500억원을 농촌지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완주군은 20% 중반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자동차, 하이트맥주, KCC 등 굵직한 기업들의 사업장이 완주에 소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넉넉한 재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역개발사업이 시도하지 않는 로컬푸드를 비롯한 사회적 경제 영역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둘째, 완주군이 65만명 인구의 전주와 근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처음부터 전주시를 고려해 계획·추진되었다. 현재 8개의 직매장 중 전주시에 위치한 직매장이 2개소이며 나머지도 완주 관내에 있기는 하지만 전주에서 접근 가능한 거리에 위치한다. 대도시와 가깝기 때문에 관련된 전문가, 활동가의 참여와 귀농·귀촌인을 유입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이 또한 농촌활력사업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도농순환으로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특수한 재정적·지리적 조건은 우리나라의 다른 농촌 지역에서 형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도시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완주와 같은 지리적 조건이 아니더라도 농촌지역이 도시지역과 좀더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순환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면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한 농촌과 도시는 각각 부족한 것과 과잉인 것이 다르기 때문에 순환적 관계가 형성되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시장적 방식으로는 도농순환을 더이상 확대하기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시장에서는 적정규모와 적정수익이 보장되어야 경제적 활동이 시작되고 지속될 수 있다. 시장에 적합한 경제활동은 이미 농촌과 도시에서 적정화 혹은 포화되어 있다. 농촌과 도시가 사회적 경제를 활용하면 도농순환은 한층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적정화, 포화된 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까지 고려할 수 있다.
도농순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과밀한 도시의 사람을 과소화된 농촌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도시와 농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도시로 이동한 인구를 다시 농촌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인구의 시간적 도농순환인 셈이다. 농촌으로 도시민의 유입을 촉진하는 일은 단순히 농촌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구의 증가는 지방정부의 세수를 늘리는바, 지방세와 함께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도 늘어난다. 또한 늘어난 인구가 경제활동을 통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인구의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된 제주도는 꾸준한 인구이동으로 2012년 5000명에 가까운 주민이 증가했고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지방세는 매년 18.3%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인구유입이 지역내총생산(GRDP)을 2.1% 증가시켰으며 늘어난 인구의 생산참여와 소비지출로 216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는 지속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구가 줄어든 도시는 손해일까? 과밀한 도시의 인구증가는 긍정적인 경제효과보다 환경오염, 주택, 범죄, 일자리 등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도시에서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고령층의 인구비율 증가도 사회적 비용의 부담을 늘린다. 즉 귀농·귀촌사업은 농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에도 필요하다.
귀농·귀촌이 활성화된다면 농촌, 도시의 주거문제를 사회적 경제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귀농·귀촌할 경우 빈집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빈집은 당장 들어가기 어렵고 새로운 주택은 택지의 부족과 비용 문제로 청년 귀농인과 저소득층 귀농인에게는 적절치 않다. 반면 도시지역에는 대형주택은 많으나 중소형 주택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촌지자체와 도시지자체가 협력하여 농촌지역에 임대주택을 조성해 도시민의 이주를 촉진하면 도시에서의 주택수요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도시에서 대형주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농촌으로 이주할 경우 이 주택을 공유주택으로 전환해 이를 도시의 청년이나 저소득층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즉 토지와 주택의 알선, 임대주택과 공유주택 조성 등의 일은 시장경제 영역에서 유지되기 어렵고 사회적 경제 영역에 적합한 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농촌에는 청년은 거의 없고 장년과 고령층이 1차 산업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는 반면 도시에는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가 있지만 청년과 고령층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도시와 달리 농촌에는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고 고령층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도 비교적 많다. 또한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차 농업부문이 아니라 가공, 유통이나, 교육, 문화, 복지 등의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도시민이 환경, 건강, 느린 삶 등의 이유로 농촌으로 이주하여 농촌에 필요한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 농촌은 활력을 찾을 수 있고, 도시 역시 그 사람들이 하던 일을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배분할 수 있게 된다. 농촌에서는 도시에서와 같이 한가지 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일을 병행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농촌지역에서 필요한 수요에 적정규모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창출된다.
농산물의 생산과 식품공급에서도 도농순환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가는 대형마트 중심으로, 친환경농가는 대형마트와 생협 중심으로 판로가 형성되어 있으나 중소농에 적합한 안정적인 판로는 많지 않다. 대부분 도시민이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 가운데 중상류층 일부는 생협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은 전통시장과 소매상을 통하는데, 안전성에 취약하다. 기존 시장 방식의 농산물 생산과 식품공급 체계에 사회적 경제를 도입하면 새로운 유통방식, 예를 들어 작은 생협, 직매장, 꾸러미, 식량복지 체계, 공공급식 등을 통해 농촌지역의 중소농에게 판로를 제공하고 도시지역의 취약계층에 안전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그 결과 농민에게 안정된 소득이, 도시민에게 안전한 식량이 공급되는 동시에 도시와 농촌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농정이 전국민 대상의 사회정책이 되기를 바라며
완주군의 시도와 성과는 로컬푸드의 추진, 지역경제의 순환, 사회적 경제의 도입, 지역문제의 지역적 해결 등에서 지속 가능한 농촌발전의 좋은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완주군의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이러한 발전방식을 다른 농촌지역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완주군의 사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배후도시 전주와의 관계이다. 전주시가 로컬푸드의 소비지로서, 완주군에서 필요한 인적자원의 공급처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다른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비록 거리가 멀더라도 특정 도시지역과 교류·협력한다면 완주군 같은 조건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경제를 활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취약계층까지 고려할 수 있다. 즉 물리적 거리가 멀더라도 사회적 경제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사회적으로 가까워진다면 완주군의 발전모델이 특수 해법이 아니라 일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과 농촌 문제의 해결은 농업과 농촌 자체에서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도시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또한 규모화, 경쟁력으로 대별되는 경제적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농업정책은 농민뿐 아니라 도시민을 비롯한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해야 하고,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도농순환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