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김영승 金榮承

1958년 인천 출생.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반성』 『車에 실려가는 車』 『아름다운 폐인』 『몸 하나의 사랑』 『권태』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화창』 등이 있음. hwaryeokangsan@hanmail.net

 

 

 

퓨전 설날

 

 

祖上

구석기시대

자기네들 祖上을 위해

을 차릴 테니

나는 모른다 어머니도

 

아주 오래

내가 굵은 풋고추를 박아놓은

오래된 된장을 꺼내

명절이라고 아내는

 

맛있는 物質을 만들고

사람들은 명절이라고

맛있는 物質들을 먹으며

 

매 맞지 않거나

무시당하지 않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기를

빈다

 

옛날

트럼펫을 들고 온 후배가

피투성이가 된 나를 보더니

아니, 형! 왜 그래요? 하다가

이 씹새끼를…… 하면서 후다닥

나를 不하게 暴行한 어떤 사람을 쫓아가서

나를 위해

그 트럼펫이 다 찌그러지도록 그 트럼펫으로

두들겨패고 온

그 후배를

 

트럼펫을 부는 놈이 트럼펫으로 누굴 때려?

하면서 그 트럼펫이

더 다 찌그러지도록

두들겨팬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뭉클하다

 

물론 따귀를 한대 갈긴 후

그 후배 옆

전화기를 박살냈지만

 

그 터진 입술로

그 다 찌그러진 트럼펫으로

그 후배는 지금

나를 위해

울면서

트럼펫을 불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우야

너도 이제

50이 되었구나

나는 55살이다!

건강해라.

 

 

 

도시의 여름

 

 

1호선 지하철엔

一群의 초등학생 소녀들

그들의 바지는

밀림과 초원의

나뭇잎이

아니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저렇게 찌를 듯 섹시하다니

짐짓 무얼 먹고 사는 人類인가

생각하게도 된다

 

MP3 이어폰은 청진기처럼

자기 자신을 진찰하는 듯

 

아이들은 건강하고

에어컨 바람은

 

千年

동굴처럼

 

아이들은 이미

父母보다도 먼저

 

자기가 자신의 귀신이며 유령이다

자신의 怨恨

生前의 추억을

 

父母

살아서 塵土粉塵이 되어

모였다 흩어졌다 形體를 이룬 채

螢光하고 點滅한다

 

爆竹 유탄과 스키와

K-2 유탄과

발칸포와 피겨스케이트의

雪原氷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