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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트럼프가 또다시 승리하다
11·6 미국 중간선거 분석
김동석 金東錫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대표. dongkyungkim@gmail.com
* 이 글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 직후의 결과를 토대로 쓰였으며, 일부 초접전 지역은 11월 14일 현재 재검표가 진행 중이다.
“적들을 거세게 공격할수록 선거를 이기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적을 집단으로 만들어서 들춰낼수록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방식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물었을 때, 트럼프는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방식으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그는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지지자들에게 적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일에 열중한다. 중간선거 직전 미국에서 ‘폭탄테러 시도’와 ‘인종 증오 총기난사’가 발생했다. 반(反)트럼프 인사 14명에게 사제 파이프폭탄이 담긴 소포가 배달되었고,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에 행해진 증오 어린 총격사건으로 11명이 사망했다.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사건이다. 폭발물 소포를 보낸 정치테러범은 자신의 밴 승용차에 트럼프-펜스 선거캠페인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은 열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밝혀졌는데, 트럼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지역을 돌며 원색적이고 선동적인 언사로 범죄자들을 비난하면서도 “분열과 분노,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인 적들을 겨냥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기관들은 두 대형참사가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투표율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속하는 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유권자의 눈으로 본 중간선거 현장
트럼프의 특기는 공포감 조성이다.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출사표를 던질 때도, 취임 후 국정을 운영할 때도 그랬듯이 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그것을 즐겼다. 트럼프는 취임 후 매우 과격한 반이민정책을 펼쳤다. 절대 다수인 백인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서 백인은 전체 인구 중 60%를 차지하지만 유권자 수에서는 75%에 이른다. 심지어 투표율은 80%를 상회한다. 백인표가 결집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대도시 백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지적 능력을 상회하는 인종차별이 상존한다. 흑인 아군보다 백인 적군을 높게 대하는 그들의 인종적 편견.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트럼프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다수 백인의 공포감을 조장하는 데 동원된 것은 이민자였다. 빈곤, 기근, 가난과 폭력 그리고 범죄를 피해서 모국을 떠나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에 접근하는 캐러밴(caravan) 행렬을 두고 트럼프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 국경에 대규모의 군대를 배치한 것이다. 트럼프는 국경에 접근하는 캐러밴에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고, 이는 곧 미국에 대한 침공이라고 말하며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했다. 중간선거 직전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들에게 “캐러밴이 미군에 돌을 던지면 이를 총격 명령으로 간주하라고 했다”면서 캐러밴에 대한 무력진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심지어 이제부터는 미국에서 태어나더라도 전부 미국시민은 아닐 수 있다고도 했다. 헌법에 명시된 출생지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다. 그 결과 공화당 유권자 중에 중간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한 비율이 지금만큼 높았던 적이 없다는 여론조사기관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과연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그것이 ‘블루웨이브’(blue wave, 민주당 물결)는 아니었다.
선거판을 결정짓는 것은 ‘흐름’이다. 흐름은 유권자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아서 이끌어가는 일이다. 흐름이 선거의 결과를 정하는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을 비롯해서 유럽의 브렉시트(Brexit)나 최근 브라질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2016년 대선 당시의 민주당 버니 쌘더스 열풍,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도 바로 이 흐름 덕분이었다. 선거꾼(political consultant)들이 선거 초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캠프는 1992년 빌 클린턴 캠프의 제임스 카빌(James Carville)의 전략을 모방했다고 한다. 선거전문가 카빌이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운영하던 선거상황실(War Room) 게시판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쓴 그것 말이다. 사실 이는 경제의 중요성을 두고 한 말이라기보다는 선거판을 규정해 흐름을 가져오려는 전략이었다. 트럼프 캠프가 총력을 다해서 초반을 리드하려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선거판에 오직 트럼프와 반트럼프만 있어야 한다.” 트럼프 캠프의 전략은 적중했고, 성공적으로 중간선거를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재집권의 기반을 확보했다
트럼프 캠프는 재집권을 자신하고 있다. 시골의 백인들만으로도 대통령이 되는 데 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전체 인구비를 고려하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투표는 유권자가 하는 것이다. 여전히 미국인의 40%가 인구 5만명 미만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대도시에서 밀리더라도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반트럼프 바람이 거세게 부는 와중에도 트럼프 캠프는 블루웨이브가 아닌 ‘레드웨이브’(red wave, 공화당 물결)를 예상했다. 트럼프 캠프의 계산은 2016년에 트럼프를 뽑은 유권자에 기존 공화당 표를 더하면 재집권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트럼프도 이를 자신한다. 다만 선거판을 주도할 때만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트럼프는 항상 뉴스의 중심에 서려 한다. 선거 캠페인을 책임진 이는, 지금 그 유명한 트럼프의 트위터를 관리하는 브래드 파스케일(Brad Parscale)이다. 그는 제임스 카빌의 전략을 공부하자고 주장했다. 명성이든 악명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항상 뉴스의 중심에 트럼프가 있어야 하는 뜻이었다. 캠프 회의 때 파스케일이 “대형사고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자 트럼프가 무릎을 치면서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선거에서는 완전한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트럼프가 한두 문장의 트위터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도 이러한 전략에 기인한다.
지난 월 중순, 기존 공화당 지도부(공화당 중앙당)는 트럼프 측에 중간선거를 위한 캠프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하원 선거캠페인 책임자인 오하이오주 제15지역 스티브 스타이버스(Steve Stivers) 의원과 상원 캠페인 책임자인 콜로라도의 코리 가드너(Cory Gardner)가 트럼프 측에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자기 방식이 아니라 기존 공화당 주류의 말을 듣고서 선거에 임했다가 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법무부장관으로 선임된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제프 쎄션스(Jefferson Sessions)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의 일이다. 보궐선거 직전에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려 백악관에서 쫓겨난 스티브 배넌(Stephen Bannon)이 트럼프를 찾아와 이 선거에 대해 조언했지만, 배넌과 앙숙이던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와 의견이 갈렸다. 쿠슈너는 미치 맥코넬(Mitchell Mcconnell Jr.) 상원대표의 말대로 전통 공화당원이 공화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배넌은 목청을 높여 ‘트럼프식으로’ 로이 무어(Roy Moore)를 후보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무어는 인종주의적 판결로 악명 높은 연방판사다. 트럼프는 배넌의 말을 듣지 않고 쿠슈너가 종용한 대로 공화당 주류권의 후보인 루서 스트레인지(Luther Strange)를 지지했다. 이 결과 로이 무어는 겨우 경선을 통과했고, 결국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1.5% 차이로 패했다. 공화당의 영원한 안방인 앨라배마 상원의석을 내준 것이다(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구에서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진 것과 같다). 대통령만 잘 판단했으면 (샤이 트럼프 표를 통해) 어렵지 않게 수성할 수 있었다. 이 보궐선거에 진 트럼프는 “내 방식대로 해야 한다!”라는 주문을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가 점잖은 흉내를 냈다가 진 케이스로 유명한 사례다. 트럼프는 선거판을 주도할 때 승리했다. 철저하게 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 하고, 항상 주류 미디어의 중심에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트럼프는 늘 가장 영향력이 큰 주류 매체들과 대결했다.
트럼프 취임 후 트럼프행정부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분노가 격하게 일어났다. 민주당은 쾌재를 불렀고 공화당 중진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대도시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물결이 거세질수록 트럼프 캠프는 박수를 쳤다. 반대편에서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자동으로 결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반트럼프만 외쳐도 중간선거는 자동으로 민주당의 대승이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한 선거전략은 오히려 공화당과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간선거판에 오직 트럼프만 남게 된 것이다. 선거는 당과 당의 대결인데 민주당은 어떤 이슈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그냥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그것이 통했다. 제임스 카빌이 변화 대 정체로 선거판을 규정했다면 트럼프는 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규정하고 중간선거를 주도했다. 민주당의 지지세도 커졌지만, 그만큼 트럼프의 ‘판’도 확대되었다. 예상되던 블루웨이브가 결국 트럼프의 레드웨이브에 희석되고 말았다.
트럼프의 이번 중간선거 성적표는 ‘우수’다.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했고 일부 격전지인 주지사 선거에서도 이겼다. 이는 트럼프의 재선에도 청신호다. 하원선거보다 주 단위의 상원이나 주지사 선거가 주별 대통령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대통령선거와 방식이 유사하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여러 언론들은 트럼프가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는 길보다 골수 지지층 결집에 집중한 것은 분명히 재집권의 발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목표는 상·하원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재집권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6개 주를 공화당에서 빼앗았지만 대선에서 중요한 경합주(swing state)인 오하이오, 플로리다를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통해 의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를 통해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에게 중간선거는 대통령선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취임 후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수없이 다녔지만 대도시에는 단 한차례도 가지 않았다. 대통령선거에서 캘리포니아·뉴욕·텍사스 주는 큰 의미가 없다. 트럼프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대통령선거인단이 많은 텍사스는, 반대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 3개 주의 인구를 합치면 미국의 절반 이상이다. 대통령이 절반 이상의 시민들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시카고나 뉴욕, LA 같은 대도시에서 아무리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도 트럼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지원유세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건, 위스콘신, 미주리, 아이오와, 조지아 등에서만 이뤄졌다. 다분히 재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처럼 지난 11월 6일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상·하원 의석수 변화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향후 미국의 국정방향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어떻게 끌고 왔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재집권의 절반을 이룬 숨은 성과를 거두었다.
중간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결과는 아직 혼미하다. 그만큼 초접전 지역이 많았다. 양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플로리다주는 주지사선거와 상원선거 모두 결론이 나지 않았다. 주지사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론 드산티스(Ron DeSantis)가 민주당의 앤드루 길럼(Andrew Gillum)을 0.41%포인트 차이로 이겼고, 상원선거 역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릭 스콧(Rick Scott, 현직 주지사)이 0.16%포인트 차이로 현 민주당 상원의원인 빌 넬슨(Bill Nelson)을 이겼다. 그러나 득표차가 근소해서 재검표에 들어간 상황이다. 마치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Al Gore)와 조지 부시의 재검표사건을 방불케 한다. 반트럼프의 민주당 바람이 가장 거세게 일었지만 숨어 있던 샤이 트럼프 표가 투표장에 대거 몰려나왔다. 블루웨이브가 레드웨이브의 반격으로 사그라든 대표적인 케이스다. 올해 초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유권자의 표심이기도 하고 게다가 반트럼프 열기도 높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 하원은 미발표 지역(10개)을 제외하고 현재 공화당이 200석 민주당이 225석, 상원은 미발표 지역(개)을 제외하고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7석을 확보했다. 애당초 전문가들은 하원은 60석 이상 차이로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했다(2010년 오바마의 첫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67석의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빼앗았다). 상원에서도 한두석을 민주당이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원이 여소야대로 바뀌었다고 민주당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금 미국정치 지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미국 내 여론주도층은 아직도 자신있는 논평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성격이 트럼프 심판이었던 만큼, 하원을 빼앗겼더라도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승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민주당이 여전히 전통적인 선거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진보적인 부자들로부터 정치기부금을 받고, 당원들이 당 조직을 이용해 표를 얻는 방식은 유권자 개개인을 직접 대하는 트럼프의 방식에 밀렸다(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거에 임한 공화당 후보들도 이번 선거에서 쓴맛을 봤다).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변할까?
중간선거 결과를 대하는 한국인의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변할지, 변한다면 어떻게 변할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10여개월간 일어난 북미 간의 관계 변화와 그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 중간선거(의회)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 때문으로 보는 게 맞다. 다만 미국의 중요한 대외정책을 대통령 혼자서 독단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의회가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민주당 측에서만 나온 게 아니고 외교위, 군사위, 예산위의 여야 지도부 의원 모두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당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독단이 가능했고 이제는 소수당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으리라는 예측은 틀린 듯하다. 미국 연방의회의 작동방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는 당파적인 분쟁이 심하지만 그것은 국내 이슈에 관해서다. 외교위나 군사위의 청문회에 한번 참가해보면 이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중간선거를 겨냥해 지난 수개월 동안 대북정책 선상의 주요의원 10여명의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 결과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주요 구성원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평화적인 방식’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그들의 정책에 대해서 사전에 의회와 충분히 협의·협력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원이 여소야대가 되었으니 하원 내 각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이 독식하게 됐다. 2019년에 열릴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외교위원장, 군사위원장, 정보위원장이 백악관이나 국무부의 관리들을 의회로 불러내 각종 대북이슈를 묻고 따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하원의 여소야대 형국이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북관계 변화의 속도를 다소 늦출지는 몰라도 그 방향은 오히려 민주당에 맞기 때문에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교환방문회담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 몇몇은 북한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이기도 한 제리 코널리(Gerald Connolly)는 최근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정권이 강제수용소에 10만명 이상을 불법 감금하고 최근에는 미국인 오토 웜비어를 살해하는 등 지독한 인권유린을 계속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는 1월 3일 연방의회 개원부터 하원 외교위원장이 될 엘리엇 엥겔(Eliot Engel)은 지난 6월 외교위 간사 자격으로 행정부가 의회에 북한 핵프로그램 상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아마도 엥겔 위원장은 1월 개회부터 하원 청문회에 국무부의 고위관리들을 불러서 북한의 핵 신고·검증·폐기 등 비핵화 과정 전반에 대한 행정부의 입장을 따져 물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각종 대북 규제나 제재는 의회를 통해서 풀어야 할 사안이었다. 차 북미정상회담부터는 구체적으로 양국이 서로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의회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하며 의회의 승낙도 필수적인 사안이 많다. 여태껏 시행된 각종 대북제재 역시 법으로 의결한 것이기 때문에 의회에서 풀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한국정부가 취해온 대북 강경일변도의 입장이 미 의회 내 민주·공화 가릴 것 없이 양당 의원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것이 문제다. 미 연방의원들 대상으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입장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이 시급하다.
의회는 시민의 몫이다
이제 미국의 시민사회는 정치권을 향해 ‘풀뿌리 시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유권자)와 정치권 간 중간지대가 없어졌다. 워싱턴에서 더이상 정치브로커(로비스트나 전문가)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권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결집해서 권력을 만들고 갈아치우는 시대다. 싱크탱크나 로비스트에게 돈을 주던 자본가들은 이제 시민사회와 직접 거래한다. 기업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시민사회(유권자)와 함께 슈퍼팩(Super PAC, 민간 정치자금 단체)을 만들지 로비를 하지는 않는다. 정치가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자본의 횡포에 맞서고자 하는 시민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시대다. 기득권(지식인과 자본가)의 오만과 탐욕이 ‘트럼프시대’를 만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풀뿌리권력의 흐름을 당분간 막아낼 방도는 없다. 시민(유권자)이면 못할 것이 없다. 각종 SNS를 통해서 이슈별로 순식간에 목소리가 결집한다. 그리고 집단적인 몰표가 나온다. 아시아계 중에 한국인의 정치참여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250만 한국계 미국시민의 정치력이 결집되고 있다. 이번에는 심지어 한인 연방의원이 두명1이 탄생했다. 1998년에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John Kim) 이후 20여년 만이다. 이러한 성과는 그냥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다. 미국 내 한인이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고 노력한 결실이다. 우리가 지난 10여개월 동안 분단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권력의 움직임에 가슴 졸이고 숨 죽였던 걸 떠올려보면, 미국 내 한인들의 존재와 역할에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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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근교의 오렌지카운티를 지역구로 한 공화당 영 김(Young Kim, 한인 1.5세대)과 뉴저지 제3지역구에서 당선된 민주당 앤디 김(Andy Kim, 한인 2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