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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경주 金經株
1976년 광주 출생.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 등이 있음. singi990@naver.com
희미하게 보면
숲에는 바닷물이 흔들리고 있다 산 사람은 이불을 좋아하고 죽은 이는 이불 훔치는 걸 좋아한다
내 팔에 누워 자는 사람은 오른쪽이 희미해졌다 가벼운 쪽부터 희미해졌으니까 능선과 골짜기 사이가 희미하다
솜이불 속에서 우리는 희미하다 이불을 살 때마다 네가 벌써 희미해지는 것처럼, 걷다가 우리는 날아간다
나무는 앉아버리고 구름은 날아간다 희미해지면 너는 혼자 흰머리를 씻는다 내가 몰아간 희미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