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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설야 李雪夜
1968년 인천 출생.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lsy196800@hanmail.net
눈 내리는, 양키시장
눈은 내려 쌓여, 집을 지우고
영하(零下)로 내려간 아버지
김장 김치를 얻으러 양키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 먹을 것도 없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항아리 바닥에서 묵은 김치 몇포기가 간신히 올라왔다
곰팡이가 버짐처럼 피어 있었다
아버진 비좁은 골목의 가로등, 희미하게 꺼져가고
곰팡이꽃 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겨울, 김치 몇조각으로 살았다
죽은 엄마가 가끔 항아리 속에서 울었다
미제 초콜릿, 콜드크림, 통조림이 즐비하던 양키시장
내 몸 어딘가 곰팡이꽃이 계속 자라고 있었다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