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안희연 安姬燕

1986년 경기 성남 출생.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가 있음. elliott1979@hanmail.net

 

 

 

불씨

 

 

발파대가 도착한 것은 어제 오후였다 처음 그것은 작고 흔한 돌멩이에 불과했지만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하자 예상치 못한 위협을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돌멩이를 보는 즉시 인적 드문 곳으로 옮겼다 강물에 던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숲이나 동굴에 가져다 버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운 돌이었지만

 

바로 그 가벼움 때문에 수시로 굴러다녔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이미 걸려 넘어진 뒤였다

 

사람들은 협의 끝에 발파대를 불렀다 돌멩이를 본 발파대는 황당하다는 눈치였다 고작 이런 돌멩이 하나 때문에 저희를 부르신 겁니까

 

발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발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그들은 그들이 부순 것과 똑같은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돌멩이는 하나가 아니었다 불안은 동심원처럼 퍼져나갔다 돌 하나를 부수기가 무섭게 다시 돌 하나를 내려놓는 손이 있다면

 

사람들은 적의에 차서 닥치는 대로 돌멩이를 부수기 시작했다 무릎이 까지고 신발이 더러워져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부수는지도 모른 채

 

그들은 부숴야 할 돌멩이를 찾아 헤맸다 돌 하나를 부수기 위해 집 전체를 부숴야 할 때도 많았지만

 

돌멩이가 넘어뜨린 것이 자신의 사랑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