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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찬일 朴贊一
1956년 춘천 출생.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모자나무』 『인류』 등이 있음. nabi56@naver.com
무시무시한 그 멜로디를 말할 때 말야,
두발 두손을 땅바닥에 기대고.
웅크린 자세를
정치적 자세로 말한다.
목덜미-고개를 치들었을 때
정치적 활동은 이미 10,000cm 테이프를 끊고.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가장 웅크린 자세가 가장 정치적인 자세죠—
왕성한 정치적 활동을 보여주는—
웅크린 자세의 말씀이었습니다
웅크린 자세—정치 멜로디
멜로디 아닌 것이 없으니.
순간의 숨소리—영원의 숨소리,
피라미드 고통
거꾸로 선 피라미드 말—말이야
지쳐서 떨어지게 하는 방식 A-B
요즘, 1종 운전면허를 딸 때 1.5톤 그 푸른-트럭으로 연습하는지, 1.5톤 트럭이 잘 있는지 궁금했다,
시인들이 골고다계곡 골고다사막 골고다언덕으로 그 트럭 몰고,
그 넓은 뒤-트렁크에 무얼 싣고 다니는지 궁금했다
이상하다, 열린 트렁크가, 닫힌 컨테이너-형으로 바뀌는 추세,
그 컨테이너 직육면체를, 그 담배 여러 보루 직육면체들로 차곡차곡 쟁였구나—컨테이너로 보였구나
1.5톤 푸른-트럭, 보닛 따로 없는, 스스로 직육면체 트렁크
하필, 하얀 담배보루인가
푸른색, 그 무지막지한 저돌성을 하얀색, 그 볼품없는 목소리가 붙든 형국
그 목소리, 골고다에 대한 잔잔한 반주
저돌성, 골고다에 대한 열광의 1.5톤 구둣발소리
떨어지는, 보루-박스로 떨어지는 담배를 좇는 광란의 사제들
이쯤에서 말하리라, 곳곳에서 구원을 기대하였으나 늘— 구원을 미루었구나
구원을 미루는 것은 구원이겠지—구원이 구원을 미룬다,
구원이 구원을 미루는 방식이, 늘 구원이니까, 구원이라는 말씀
모래 푹푹 빠지는 해안을 건너갔으나 그대로인 것, 햇빛 깊이 일렁이는 푸른 대양을 건너갔으나 다시 떠나야 했으니
골고다 式 언덕, 골고다 式 복도, 골고다 式 계단, 늘 똑같은 式
이쯤 해서 그만두라는 건가
보루-박스가 많이 남았구나—보루가 박스로 떨어져서, 다 떨어져서, 푸른 그 저돌성만 남을 때까지 말야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하는 속셈
구원이 구원을 미루는 방식이 그게 아니라면, 담배 한갑이 또 떨어질 거야, 기대하는 방식
그게 아니라면 인생이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지쳐서 떨어지게 하는 방식, 푸른-트럭의 방식
분명해졌군, 무대에 웅크린 푸른 트럭, 푸른 트럭의 하얀 컨테이너, 무대 장면 말야
지쳐서 떨어지는 방식이 제목이었다.
제목 보고 입장하지 않았으나 맨 나중에 제목이 보이더란 말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방식으로 퇴장하라는 말씀.
맨 나중에 제목을 보여주는 방식
말씀은 늘 있었다는군, 구원을 구원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게 말씀이라는 거
조금 더 가보는 방식, 담배 서너개비 후엔 기분이 좋아질 거야—
조금 더 가보는 늘— 그 방식, 그 방식이 아니라면 그 인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늘 그 방식
담배가 꼬붕인 방식, 담배의 꼬붕인 그 잔잔한 방식
이쯤 해서, 늘— 이쯤 해서 끝내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