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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명인 金明仁
1946년 경북 울진 출생.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동두천』 『물 건너는 사람』 『길의 침묵』 『파문』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등이 있음. mikim98@hanmail.net
메기
먹방으로 흥청거리는 게 누대의 허기만 같다
저 음식남녀들 한자리에 모아놓고
밤낮없이 지지고 볶게 한 다음
먹고 마시고 싼 것들 속으로 가라앉힌다면,
물속 바위틈에 노숙을 비껴 넣고
살아내는 기척도 죽이면서
제 힘껏 마련한 식음이 메기 살 되게 한다면,
이 바닥에는 메기만한 보양식이 없다고
당신은 허겁지겁 다가앉겠지만
누가 설친 끼닐까, 메기도
민물고기임을 잊었을 때
큰 입을 만난다, 아무리 요동을 쳐도
강물은 어김없이 바다에 사무치는 것을
맛집 따라나선 여행지에서
잠그고 나온 호수조차 잊어버리는 족적이야
가까운 모래톱에서 발견되더라도
누구의 공복도 채우지 못한 채 지워져버리는 것
밤의 열정
큰길가에 대리점이 생기고부터 동네에
수상한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밤낮없이 번쩍거리는 경광을 켜들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또 나타나는 저 부랑을
바퀴라고 부를까, 벌레라고 부를까
기계음에 속수무책인 귀로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오늘 새벽엔 아내가 뒤척거리다 말고 대문을 밀치고 나가
“거, 시동 좀 꺼줄 수 없어요?” 소리쳤으니!
멈춰 선 오토바이는 더할 나위 없이 정숙하지만
달궈놓으면 소음이 거의 광란이다
나도 한때 굉음을 찬탄하며 속도의 숭배자로 자처했었다
가죽이 거덜 나도록 안장을 즐겼으니
광마(狂馬)에 업혀 헐떡거렸던 꼴이라니!
아니라 해도 겪어내는 것들에는 저가 빠져 있다
선망처럼 꺼내보는 불의 탄력이
한때를 전소시키지만 질주와 폭음
오랫동안 떨쳐내기 어렵다, 철벽 같다가도
막무가내 밀려드는 밤의 열정에 휩싸이고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