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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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李暎姝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등이 있음. oistrak3@naver.com

 

 

 

광화문 천막

 

 

천사가 원숭이처럼 떨어질 때 나는 나무를 껴안고 있었고 이 적막한 동물원은 무엇인가 생각했지. 물길이 점점 좁아지고 늙은 생물들은 엎드린 흔적들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자신의 눈물을 계속 바닥에 흘렸는데. 이같은 얼굴을 하고 우는 것을 나는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원숭이들이 내 등짝을 계속 때렸지. 나무속이 텅텅 비었나. 오래 버티려면 다 버리고 간신히 있는 것. 아무리 배가 나와도 천사가 가벼운 이유지. 나는 혼잣말을 하다가 말을 버리면서 위로를 터득했는데. 동물원은 점점 더 무거워졌지. 진창 속에서 눈을 씻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겨울숲은 아무것도 없어서 신비로운 법인가. 나는 몰래 남들이 흘린 눈물 안에 손을 넣었지. 가장 투명한 물이란 깃털들이 떠다니는 표면. 우리에게 구원이 무엇인가 생각했지. 나는 왜 이렇게 털이 없나. 홀쭉한 배를 부풀리며 가벼우면 날아갈 수 있다고 믿었지. 이 모순덩어리 원숭이 같은 자식! 동물원 문을 부수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날쌘 원숭이들이여. 핏빛으로 타오르는 내 등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지. 이렇게 가벼워지는 거지. 겨울숲처럼 아무것도 없이 투명한 재만 남으면 이 우화의 끝은 어디인가.

 

 

 

4월의 해변

 

 

해변을 걷다보면 내가 자꾸 떠내려온다. 발이 많으면 괴물처럼 보이지. 나는 편지를 쓰러 해변에 자주 온다. 무엇인가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 젖어버렸다. 다시 쓰러 기울어진 선박으로 들어간다. 물 가까이에서 살면 산책할 때마다 울게 돼. 그 울음을 헤치고 나아가느라 발이 많은 괴물아. 체육복을 입은 소녀들이 서로 발이 엉켜 모래밭에서 뒹군다. 파도는 그들에게 닿지 못한다. 오래된 과자봉지를 뜯으며 다 죽었는데 발처럼 많아지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너무 살려고 애쓰지 마. 물을 뚝뚝 흘리며 소녀들이 모래사장을 걸어간다. 모두 돌아가자. 쉴 수 있어. 해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