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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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申骸

1974년 강원 춘천 출생.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등이 있음. williwilson@hanmail.net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

 

 

임시휴일이었습니다

완전한 마모의 돌 찾기 대회가 해변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만국기가 날리는 해변은 짧았습니다

저는 등번호가 없었습니다

틈이란 틈을

무던히도 뒤지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계와 시간 사이

야쿠르트 아줌마와 아모레 아줌마 사이

을지로의 쇠 냄새와 퇴계로의 개 냄새 사이

완전한 마모의 비누로 손을 씻었습니다

진도와 제주도 사이

반칙이었을까요

물과 소금 사이

박자가 다른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간질을 앓는 소설가와 치질을 앓는 시인 사이에서

생리통을 앓으며 실격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불완전한 마모의 돌을

움켜쥐고 싶었습니다 힘껏 또 힘껏

6인 병실의 밤을 지배하는

숨소리의 복잡한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

숨 쉬는 것을 잊은 콧구멍과 밥 넘기는 것을 잊은 목구멍 사이

구멍은 참 많았습니다

지우개지옥과 개미지옥 사이

타 죽은 지렁이를

일개미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움직임과

움직이는 구름 사이

성령과 망령 사이

맹장과 십이지장 사이

참과 거짓 사이

 

저는 파김치가 되어 있습니다

파김치와 동치미 사이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우두둑 깨물어 먹는 얼음의 여름과 강의 얼음이 깨지는 겨울의 끝 사이

 

저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아 있습니다

 

폐막이 멀지 않았는데 미련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