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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성대 金成大
1972년 강원 인제 출생. 2005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사막 식당』 등이 있음. ksdgod@hanmail.net
장마가 시작되었고 차이나타운에 있었다
국숫집에서 본 구름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었다
국수를 먹다 잠들었다
국수를 먹고 훌훌 돌아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늘어졌다
만져보고 싶었다
만져지는 웃음이라면
게으른 주인의 수명처럼
구름이 다감해졌다
머리를 말리는 여자들의 시간
구름이 흰자에 머물렀다
창가에 흐르는 시간을
오래 훔칠 수 없는 채로
국숫집을 나서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새의 발이 붉었다
비가 내려야 보이는 사람들
버려진 화장대 앞을 지날 때의
성가신 얼굴들
그들이 디딘 비가 있었고
딛지 않은 비가 있었다
빗소리가 거리를 깊게 했다
내일의 비가 섞여 있었다
비 오는 오후에 만나 빗소리를 듣다 헤어지는 것
그런 하루면 되었다 사람과의 만남이란
나를 만난 걸 아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사람들을 대하는 데 불편은 없었다
거울 속으로 내리는 비
거울 속의 깨진 웃음들
거울이 나를 보기 시작할 때
등 뒤를 확인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두 손을 모으자 새가 사라졌다
새가 디딘 비가 공중에 멈춰 있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는 건 망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망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