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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황인찬 黃仁燦
1988년 경기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등이 있음. mirion1@naver.com
영원한 자연
얼마 전에 장미도 열매가 열린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여름이 끝났는데
까맣게 타버린 꽃이 떨어지지도 않고 있더라구요
먹을 순 없다나봐요
얼마 전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케이크를 샀는데 꽃사과가 올라가 있었어요 친구가 꽃사과를 처음 본댔어요 결국 아무도 꽃사과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고속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어요
겨울이 벌써 시작됐어요
날이 추워져서 이제 복어가 철이래요 아직 제철 복을 못 먹어봤어요 그러고 보니 굴도 이제 곧 철이죠 제철 챙겨서 음식을 먹는 편은 아니지만
생각났어요
그냥 생각났어요
요새는 그래요 생물들을 자주 생각하게 돼요 생물들이 죽고 사는 것이 생각나고 그래요
남쪽은 항상 바다라고 생각했어요
바다가 계속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의 마을을 무심코 걷다가 모르는 집의 담장 너머에 널린 빨래들을 봤고요 꽃무늬 바지를 보고 꽃이 피었다고 잠깐 믿기도 했어요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군요
그건 너무 흔한 일이지만
남쪽의 바다에 겨울이 오면 바닷가에도 붉은 꽃이 피겠지요 흰 눈이 쌓이고 붉은 꽃들이 드문드문 보이겠지요 그게 장미는 아니겠지요
장미는 눈을 감고 있어요 누가 그렇게 말했어요
들장미는 열매가 맺히면 차로도 끓여 먹어요 그렇지만 오해를 후회하고 착각을 원망하며 차를 마시면 무엇이 남습니까
남습니다 아무 것도 없음이
보입니다 빈 찻잔이
아무튼 지금은 비가 옵니다
까맣게 타버린 꽃이 비에 젖어 더욱 까매질 겁니다
정말로 바다가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모든 것을 돼지국밥을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서울의 근처 위성도시 어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