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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인준 韓仁埈
1986년 서울 출생. 201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vinq@naver.com
종언
아름다운 그런데
없을 것을 위하여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있을 것을 위하여
한밤중에 깨어난 당신이 당신 옆에 놓인 물컵 쪽으로 손을 내저었을 때
목이 마르기 위하여를 문득 나는 먼저
생각했던 것입니다
비를 피하기 위하여 우산을 잃어버리는 사람과
배고프기 위하여 밥 먹는 사람을
뒤바뀌는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종업원의 말투를 가진 손님이 되는 일과 복도를 만들기 위해 건물을 짓는 일을
축구를 하기 위하여 맨션 벽면이 필요한 동네 아이들을
무릎이 깨지기 위하여 주차장 바닥이 필요한 것임을
한밤중에 깨어난 당신이 당신 옆에 놓인 물컵 쪽으로 손을 내저었을 때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신은 내 옆에서 잠들어 있고
나는 내일이면 다 시들 야생화 한줌을 당신 옆에 심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기 위하여 책상 밑으로 들어가야 했다면
티브이를 끄기 위하여 티브이를 켜야 했다면
뒤바뀌는 것을
거꾸로를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오줌방울을 위하여
우주선을 만들었더라면
이런 생각이 귀엽다고 잠에서 깬 당신은 나에게 예쁘게 말했습니다
예쁘게 말하기 위하여 사람이 태어난다고 생각하다가
그만두었고
이불을 개켜두었습니다 오늘 밤이면 다시 이불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없을 것을 위하여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