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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송태웅 宋泰雄
1961년 전남 담양 출생. 2000년 『함께 가는 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시집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등이 있음. song-tw@hanmail.net
무언극
새들의 오금을 툭툭 차며 한파가 밀려왔다
문풍지가 우둘투둘 울더니 눈보라가 내렸다
무심한 남녘 바다 어딘가에서 도달하는 서신들
속도초과 범칙금 통지서들과 섞여 날아오던 날
거칠게 지워진 행간에서 행해지던 무언극
내 집의 마당에서 그림자극으로 나타났고
옛날 기관원들이 타던 검은 지프가
마당에 도착하던 새벽이 있었다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내 고함이 마당에 번져갔지만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마당의 목련나무만이 오도마니 서 있었다
폭설의 추억
눈보라 기마병사들처럼 몰려다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허연 물길이네
나 헤엄쳐 갈 길은 어디인가
미로처럼 얽힌 터널 속에서
어머니 불러보네
그 어머니 강판 유리 저쪽에서
손짓하는데
두리번거리면 어디엔가 불빛 보일까
온 세상은 눈이 남기고 간
흰 새떼들의 불국토
너를 이기기 위해 내게는
절망이 탈진처럼 왔고
나에게 지기 위해 너에게는
사랑이 지금의 폭설처럼 쏟아진다는데
눈보라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
쏴아쏴아 길을 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