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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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하 權德河

1994년 ‘화요문학’ 시선집으로 등단.

시집 『생강 발가락』 『오래』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등이 있음.

dhakwon@hanmail.net

 

 

 

먼지

 

 

우리보다 늘 앞선다

구석마다 내려앉은 적막

 

돌아볼 무늬 없이

고르게 펼쳐진 무등

 

태생적 가뭄에 편차가 없다

기복이 없다

 

눈물 의자에 앉은 흉터도

듣기만 하는 자리

 

마른 가슴과 빈 주머니

극빈의 바닥에

 

숱한 마침표들 잇달아 모여들어

말없음표는 무한한데

 

누구도 벗을 수 없는

우주의 단벌 옷

 

 

 

점원들

 

 

손님보다 콜보다

어제 확진자 수가 먼저 오고

입 코 가리고 주고받는 요점들

 

착각 착각 가파른 숨길 타며

땀인지 눈물인지 분주해도

꼬리 치지 않는 점은 쉬지 못한다

 

가점이 안 되는 장점을 버린 채

돈 오는 점수로 좌표에 찍히고

복화술에 허기진 인형극 생활

 

지상에서 지하로 일터를 옮긴 뒤

눈물점이 눈길 끌었던 사람,

새벽 흰 마스크 너머로 사라지고

 

가슴에 옮겨붙던 식구들 눈빛

청산하지 못한 채

생은 줄거리 몇마디로 남는데

 

맹점이 점점 늘어나

어두워지는 찬송가 음역에서

울음과 물음의 높이가 같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