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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장미도 張味導
1995년 출생. 202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mido6609@naver.com
광장 선언
의심으로 시작해
광장에서 분수가 솟구치고
물줄기는 하나의 물방울로 말미암아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다
변주하며 튀어오르는 물방울들
그것을 밟는 사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지
광장의 중심에서 시선은 마름모꼴로 합치된다
너는 죽은 물고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빛이 같은 보폭으로 어항을 겉돌 때
주울 수 없는 물방울들
일렁이는 수초를
일렁임을 당한다고 말하자
광장을 양방향으로 접는다면
사람이 아닌 것도 사람처럼 보이는
빗면
빗면
흘러내리는 파란 피를 주워 담을 새도 없이
너는 광원을 의심할 수 있고
사방으로부터의 빛이 광장에 도달했다
너의 미래는 종종 보호되지 않고 그것에 배반당할 때마다 축축한 주머니를 숨긴 채 발견되었지 때마다 비둘기는 옆으로 걸었고 겨울이면 분수는 광광 얼었는데 너는 몇개월 전에 솟구친 혹은 몇개월 뒤에 솟구칠지 모르는 구멍 위에서 서성거렸다 모든 빗방울이 자살할 수 없을뿐더러 수직을 이탈하는 물방울에게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아무도 모르게 자라난 실금에 스며들수록
무언가 있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여기
사람들은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로 걸어 다녔다
물고기의 발자국을 찾을 수 없다
컵에 넣으면 컵만큼 담기고
깨뜨리면 딱 그만큼 부서지는
빗금
빗금
입안 가득 공기방울을 머금는다
사각지대
사막 속의 질문이 한껏 터지는 거품이 모래바람에 휩싸인 거북이 이미 망해버린 불꽃놀이와 불이 붙지 않은 폭죽들
새로운 물음표를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쇼윈도우에 비친 사람들
접었다 펴지는 일상은 불꽃이 꺼진 열기구 같아서
추락하거나 멸망을 기다리거나
나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얕게 펼쳐진 구름 위로 떨어지고 싶을 때마다
액자에 담긴 흑백사진
그런 소중함이 작은 마주침이 이미 던져진 달걀 같아요
코너를 돌면 커다란 볼록거울
이 도로가 끝없이 끓어오르는 아지랑이가
거울 속에 담긴다 거울에서 반사된다 거울 앞에 정지한다
스노우볼 안에서 계속 뒤집어지는 반점, 나는
언젠가 당신이 먹다 버린 사과처럼 뒹군다
그냥 저절로 열리는 창문의 마음이 되고 싶었어
바람이 잡아당기면 풀리는 리본 얇은 단면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문 앞이었고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어
코너를 돌면 그 끝에 또다른 코너가 있다니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자세로
손가락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저편의 수평선은 보이지 않고
사막 한쪽에는 열기구의 사체가 갈기갈기 찢겨 있다
계속 뒤집어지는 투명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