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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희연 安姬燕
1986년 경기 성남 출생.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등이 있음.
elliott1979@hanmail.net
밤의 석조전
그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밤의 석조전.
낮에는 가본 적 있다. 모든 것이 매끄럽고 선명했다. 기둥의 수, 창문의 투명도, 호위무사처럼 서 있는 나무의 위치까지도.
돌인지 자갈인지 모래인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낮엔 다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밤이어야만 했다. 백년 전의 사람들, 백년 전의 비, 백년 전의 쇠락 앞으로 나를 데려간다면
모든 돌은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고. 나는 이 거대한 돌이 말하게 하고 싶었다.
티켓을 끊고 들어간 밤의 석조전은 인공적인 빛에 휩싸여 있었다. 야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밤의 석조전이 감추고 있는 밤의 석조전으로 들어가려면.
눈은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열지 못한다. 닫을 수 있을 뿐이다.
여러겹의 달빛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한 사람이 눈을 감았다 뜨는 소리는 몇 데시벨일까. 꽃병 속에서 줄기가 짓무르는 소리는?
몇걸음 못 가 돌아봤을 때, 아닌 척 눈을 부릅뜨는 밤이 보였다. 실핏줄이 드러나 피곤해 보이는 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