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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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黃仁燦

1988년 경기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등이 있음.

mirion1@naver.com

 

 

 

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수학여행의 밤, 아이들은 이불을 펴고 누운 채로 잠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공중을 떠돈다

 

예전에 여기에서 선배가 죽었대

아니야 죽은 게 아니라 자퇴를 한 거래

여기 주인이 교장이랑 친구래 그래서 매년 여기로 온대

 

아이들은 흐린 어둠을 보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진실한 고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고백을 하지는 않고 말들만 떠도는 수학여행의 밤

 

옆 반 반장이 혼자 우는데 걔네 담임이 안아줬대

매점 아줌마가 원래 이 학교 졸업생이래

아니야 죽은 딸이 여기 학생이었대 그래서 온 거래

 

저 모든 일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 작게 속삭인다면, 그것이 고백의 형식을 갖춘다면 그것은 더욱 진실처럼 들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의 손가락이 옆에 누운 아이의 손가락에 닿아 있다 실수로 그런 것처럼

 

 

 

사랑 이야기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엄마였어

 

모르는 고양이가 옆에서 자고 있었고

 

이런 기분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함께 산책도 하고 여행도 했다

사진도 몇장 찍었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기다리며

너무 좋다 그치 우리 또 오자

그렇게 말했는데

 

엄마가 울면서 말했어

내 아들을 언제 돌려주냐고 너무 무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