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주대 金周大

1966년 경북 상주 출생.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도화동 사십계단』 『꽃이 너를 지운다』 『나쁜, 사랑을 하다』 『그리움의 넓이』 『살며-시』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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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엄마, 이번에 새로 낸 책이야 자아 받아 이거! 책이 빨간 것이 꽃처럼 이쁘구나 야이야, 이런 거 낼라만 돈 마이 들잖나? 돈 안 들어 내가 도로 돈을 받고 내는 거지 그럼 돈 마이 받고 내거라 응, 알겠어 마이 받고 낼게 엄마, 이기 이래도 베스트셀러 오십등에 들었어 오십등이만 꼴찌잖나? 아냐 천권 중에서니까 일등하고 같아 그러만 축하한다 그래도 너무 일등 할라고 애써지는 말거라 뭐든 본래 일등 할라카만 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팍팍해진다 엄마, 책은 일등 해야 돈을 벌어 그래? 그러만 일등 하거라 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팍팍해진다면서? 거지같이 사는 니가 돈을 번다는데 까이꺼 욕심 좀 내만 어떻노 알겠어 그럼 욕심내고 마음 팍팍해질게 그카다가 마음 다친다 욕심내지 말거라 엄마, 욕심내야 돈 번다니까 그러만 욕심내거라

로드킬 복수

불쑥, 길에 스며드는 몸을 강한 빛과 속도가 통과한 뒤 태어나 처음으로 몸은 분명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길에서 길로 이어진 사랑과 고독 버려지기 위해 뛰었고 돌아가지 않기 위해 걷다가 환한 그늘 익숙한 추위에 이르렀습니다

죽은 새끼를 물고 오르던 처마 달빛 강둑 따라 핀 꽃 속에서 오래전 사랑을 만나 도망치던 상처의 바깥으로 추억이 뜨겁게 흘러내립니다 몸을 빠져나가기 위해 영혼이 눈을 뜨고 마지막 바깥을 봅니다 풍선 꺼지듯 납작하게 세상이 저물면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 짧은 방황을 내려놓고 정착합니다

눈먼 빛과 속도가 연속 치고 갑니다 뼛속까지 짓이겨져 허기의 높이가 사라지면 더 많은 속도와 빛들이 파멸을 향해 가속합니다 사실 이것은 바닥난 몸 유언 같은 흔적이 빛과 속도에 가하는 복수입니다 가해자 앞에 엎드려 가해를 부추기는 일 벼랑 끝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입니다. 평정당할수록 수월해지는 보복을 위해 몸은 켜켜이 길이 되고 있습니다

몸을 벗은 영혼은 현장에 내리는 비이거나 미세먼지로 떠돌겠지만 몸은 길에서 태어나 길로 귀향을 완성합니다 세상의 모든 바닥은 복수하기 위해 피범벅이 되어 눕고 쓰러집니다 용서하지 않기 위해 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