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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광규 金光圭
1941년 서울 출생. 1975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니리』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처음 만나던 때』, 『시간의 부드러운 손』 『하루 또 하루』 『오른손이 아픈 날』 『그저께 보낸 메일』 등이 있음.
청옥잠문벽(靑玉蠶紋壁)
20세기 저물녘 서울에 온
공자 유물 전시회에서
청옥잠문벽 처음 보았지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쓰던
제례용품이라고 하던데
콤팩트디스크처럼 생겼더군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숙연한 느낌 주었지
2500년 전 아득한 옛날에도
인간의 상상력은 비슷했던가
얼핏 본 그 모양 잊히지 않네
버드실
아버지 돌아가신 나이 훌쩍
넘겨 살면서 지난밤에는
1·4 후퇴 때 피란 갔던 곳
돋나물 캐던 마을
버드실 꿈을 꾸었네
낮에는 유엔군 탱크가 진입하고
밤이면 중공군이 산에서 내려와
소란스레 저녁 해 먹던 곳
아군의 진격과 적군의 퇴각
열세번이나 되풀이되던 전쟁터
아득한 기억 속에 어렴풋이
고향처럼 떠오르는 그 동네
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실려
탈탈거리며 참새고개 넘어
그곳을 떠난 지 일흔다섯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