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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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李東洵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개밥풀』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마음의 사막』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좀비에 관한 연구』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신종족』 『고요의 이유』 『내가 홍범도다』 등이 있음.

dslee50@hanmail.net

 

 

 

합장(合葬)

 

 

멧돼지가 내려와

자꾸만 봉분을 허문다는 소식에

부모님 합장하기로 했다

 

천천히 무덤 열고

관 뚜껑 걷어내니 드디어

아버지가 보인다

 

누런 뼛조각 몇점 보인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유골 정수리에

손바닥 올리니 눈물 흐른다

 

아버님 어서 가요

어머님이랑 함께 모실게요

두분 오래 떨어져 힘드셨지요

 

 

 

늘 가슴이 저린다

 

 

나에게 두 형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 죽어 얼굴도 모른다

맏형은 문둥이로 스물셋에

셋째는 아기 때 홍역으로 떠나갔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호적에도 없다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앓는 맏아들 혼자 버려둔 채

남은 가족 데리고 먼 도시로 떠났다

두고 간 양식자루 바닥나자

그대로 굶다가 죽었다

고독이 그의 목을 졸랐으리라

 

일가 한분이 와서

거적때기로 둘둘 만 주검을

지게에 얹어 어느 골짜기에 묻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찾아본다고 했는데

그때 분들 다 돌아가서

나는 거기가 어디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