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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장정일 蔣正一
1962년 경북 달성 출생. 1984년 『언어의 세계』로 등단.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등이 있음. xtopa@hanmail.net
ㅁ
소주 한모금을 마시고
불에 그은 우물을 내려다보니
목이 잘린 부모님과
철사에 찬찬히 묶인 아이들이
소근소근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소주 두모금을 마시고
깊은 우물을 내려다보니
소리 없이 돌아온 아내가 아이들 몸에 감긴
철사를 풀고 있구나.
소주 세모금을 마시고
눈물로 흐려진 우물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즐거운 공작시간이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몸뚱이에
떨어진 목을 붙이고 있네.
대낮의 하늘은 쓰디썼다.
손등으로 입술을 닦고
다시 우물을 내려다보니
가족들이 인사를 하네.
“우린 용서 안해.”
빈병을 깨어 내 얼굴을 그으며
공원으로 달려왔다.
우물을 메우고 도망친
ㄱ, ㄴ, ㄷ, ㄹ이 있는 곳.
“거봐, 가지 말랬지.”
신병 훈련소에 있어본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