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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기택 金基澤
1957년 경기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이 있음. samoowon@hanmail.net
프라이드치킨
거리에서 닭 튀기는 냄새가 난다.
닭살에서 오톨도톨 기포 돋는 소리가 난다.
튀겨지는 눈알이 커다랗게 부푸는 소리가 난다.
튀김옷 안에 숨어 들끓는 울음소리가 난다.
들썩거리는 기포를 격렬하게 긁는 소리가 난다.
놀란 날개가 퍼덕거리는 바람에 끓는 기름이 튀어
내 살갗 위로 떨어진다.
뜨거운 기름에 진저리친 자리마다 닭살이 돋는다.
튀겨지기 전에 닭살에는 이미 끓는 소름이 새겨져 있다.
닭 울음에는 비명이 새겨져 있다.
날 때부터 닭다리에는 발버둥이 새겨져 있다.
닭 벼슬에는 두개골을 뚫고 거꾸로 솟은 핏줄기가 새겨져 있다.
그 소름과 비명, 그 발버둥과 핏줄기를
노릇노릇한 튀김옷이 덮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입안에서 바삭거리는 소리가 난다.
쫄깃쫄깃한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