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는 눕는다

 

 

오뚝이는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다

오버핸드로 던져도

언더핸드로 던져도

누웠다가, 눕는 척하다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일어선다

사타구니가 가르쳐주는 영원회귀 같다

∞는 무한대잖아,

택시도 아니면서

밤마다 할증이 붙는 이 반복은 끝날 줄을 모른다

끝나고 싶지 않다

난 조랭이떡국 먹을 때마다

포천에서 박박 기던 생각이 나

8사단 유격받던 훈련병들이 그릇 안에 바글바글하거든

“아저씨 너무 불쌍해요 발렌타인데이인데

초콜릿도 못 받고……

그래도 탈영하지 마세요 밥도 공짜잖아요?”

위문편지 보낸 그녀도 지금은 다 컸을 거야

그녀 가슴에도 오뚝이가 누워 있겠네

팔짱을 끼고

어디, 할 말 있으면 해봐,라는 표정을 지을 때

그녀는 그에게서 무한히 멀어지고 있는 거다

그게 그의 팔자인 거다

갈릴레이는 말했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지구야, 너는 돌지? 나도 돌겠다

지구와 그이는 원무를 추는 거야

몸통이 뚱뚱한 오뚝이겠다

부장님은 가끔 엉덩이를 툭 치며 말하지

알 만한 사람이 왜 이래?

핀잔을 들을 때마다 그는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간다

알로 돌아가서, 머리만 돋은 알몸으로

오버핸드로 던져도

언더핸드로 던져도

누웠다가, 눕는 척하다가, 한숨 잘 잤다는 듯

툴툴 털고 일어선다

오늘은 일요일, 삼분카레를 부어먹다가 본 TV 속,

거리에는 노란 리본을 단 부모들이 서 있다

심장을 해저에 두었으니

무게중심이 아래, 저 아래다 다시 생각해보니

오뚝이는 선 게 누운 거다

서서 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