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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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 통권 213호
특집│세계질서 변화와 한국의 길

 

달라진 세계, 외교·안보 어떻게 개혁할까

 

 

김연철 金鍊鐵

인제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저서 『70년의 대화』 『협상의 전략』 『냉전의 추억』 등이 있음.

dootakim@hanmail.net

 

 

1. 변화하는 세계: 다극화, 복합성, 예측 불가능성

 

세계가 달라졌다. 정세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고, 일부 지역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변화다. 구질서가 무너졌지만 새로운 질서는 나타나지 않은 전환기는 전쟁의 시간이기도 하다. 구소련의 경계와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단층대에서 벌어진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고, 종전과 평화의 출구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전쟁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한반도 역시 지정학적 단층대에 있는 중간국이다. 한반도 주변 질서의 힘 관계가 변할 때 우리는 지정학적 비극을 경험했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분야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재명정부는 내란을 딛고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으로 출범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국내의 구조개혁만큼 외교·안보의 혁신이 중요하다. 내란의 최종 극복은 안보의 민주주의적 통제로 가능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외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정부 출범 1년은 짧지 않고, 개혁의 동력이 살아 있는 시간이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으나, 제도개혁은 더디다. 기대만큼 실망이 크다는 비관론도 있는 동시에 겪어보지 못한 한반도 주변 질서의 변화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의 기대와 구조적인 현실의 벽 사이에 이재명정부의 정치적 능력이 놓여 있다.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질서 변화를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첫째, 다극화다. 전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는 무너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질서 전체를 홀로 떠받치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1 ‘세계 경찰’의 은퇴 선언이고, 국제협력을 위한 기여 중단의 예고이며, 다극화 질서의 수용이다.

다극화 개념은 중국과 러시아도 자주 사용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대항적 담론이다. 2026년 5월 20일 미중정상회담 직후 열린 중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다극화 세계와 신형 국제관계 형성에 관한 중러 공동선언문’2을 채택했으며 “평등하고 질서있는 다극세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어서 6월 시 진핑(習近平)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로동신문 기고문에서 이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3 다극화는 미국의 역할 변화, 조선·중국·러시아4의 새로운 삼각 협력, 그리고 중견국의 연대로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복합성이다. 아주 오랫동안 세계질서를 유지해왔던 제도와 규범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동맹이 균열하고 전선은 유동적이며,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다층적 복합위기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복합성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시적으로 벌어지는 여러 전쟁이 이를 방증하건대 과거와 미래가 섞여 있는 시간의 복합성,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가 충돌하는 영역의 중첩성, 19세기의 지정학적 이해와 21세기의 기술변화가 결합한 새로운 양상이 출현하고 있다. 이같은 질서 변화의 복합성을 고려하면 신냉전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새로운 냉전의 시작으로 정형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예측 불가능성이다. 다극화와 복합성이 결합해서 생긴 변화는 유동적이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국제질서는 한순간에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모하지는 않는다. 기존 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상당 기간 공존하면서 서서히 새로운 길로 갈라진다. 분기의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여러 변수가 충돌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혼돈 이후의 세상은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혼돈의 등장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분쟁을 관리하고 종전을 중재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현상은 혼돈의 원인이 아니라, 자유무역 질서의 부작용인 양극화가 만든 모순의 결과다. 미국의 선거를 통한 표면적 변화를 기대하지만, 세계적 차원의 양극화라는 심층의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혼돈은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혼돈을 관리하기 위한 시도도 있다. 2026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공감했다. 중국이 설명한 핵심원칙은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안정” “경쟁을 절제한 건전한 안정” “이견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상시적 안정” 그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안정”이다.5 연결된 세계의 관성과 갈등 관리의 공감대로 두 강대국은 파국을 예방하고 경쟁을 관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갈등 관리는 일시적이고 전략경쟁은 계속될 것이며, 당연히 과거의 협력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2.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하다

 

세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유연해야 한다. 동양에서 중용(中庸)의 지혜는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산이 나타나면 높이 날고 구름이 짙으면 낮게 나는 움직이는 균형이다. 세계적인 다극화 질서와 동북아시아 차원의 미중 전략경쟁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며 유연한 외교를 할 때,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은 국가전략을 제한할 수 있는 외부의 제약을 피하는 것이다. 미국이 더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고, 중러가 새로운 다극화 질서를 만들며, 다양한 수준에서 중견국 연대가 시도되는 국면에서 전략적 자율성은 가장 중요한 외교전략이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도 적극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대서양동맹의 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겉으로는 러시아-우끄라이나 전쟁(이하 ‘우끄라이나전쟁’)에 대한 의견 차이나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두드러지지만, EU는 이미 트럼프 1기 때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유럽연합은 독자적인 대안질서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율성을 키우고자 한다.

중견국6들은 전략적 자율성이 생존전략이다. 우끄라이나전쟁이 터졌을 때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회주의나 도덕성 부족이 아니라 강대국의 분쟁에 엮여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헤징(hedging), 즉 위험회피 전략이다. 이처럼 어느 한쪽에 확실히 서지 않고 전략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국가를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나라’라 할 수 있다.7

오랫동안 강대국 패권경쟁의 무대였던 지정학적 중간국8들도 실용적인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력의 변동으로 세력 균형은 언제나 변하고, 중간국들은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유연할수록 이익이다. 인도는 과거의 비동맹주의가 아니라, 이익 중심의 다동맹전략을 선택했다. 베트남은 휘어도 꺾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로 이익을 추구한다.

자율성이 가진 장점은 중재 능력에 있다. 우끄라이나전쟁에서 튀르키예의 중재는 균형외교에 익숙했기에 가능했다. 미국-이란 전쟁(이하 ‘이란전쟁’)에서 파키스탄의 중재외교도 전략적 자율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기 파키스탄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의 경험을 한 바 있고, 1971년 미중관계 개선에도 적극적 중재자의 역할을 했다.

다극화의 새로운 축은 ‘글로벌 사우스’의 등장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중동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통칭하며,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도 발언권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130여개국 60억명의 인구, 전세계 GDP의 53.9%, 그리고 핵심광물을 보유해 경제적 가치도 높다. 남남 무역(south-south trade)은 2000년 세계무역의 11%를 차지하던 것에서 2025년 28%까지 늘었고, 성장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9 물론 글로벌 사우스는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해 있고, 외교노선에서 하나의 단일한 집합체는 아니다. 그러나 식민지배를 경험했고 비동맹에 속해 있었으며, 지금은 급변하는 국제질서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다극화라는 국제질서 변화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1955년 반둥회의(제1회 아시아·아프리카회의,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구도에서 벗어나고자 한 제3세계 비동맹운동의 발판으로 평가됨) 이후 장기적인 역사발전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부딪히는 대표적인 지정학적 중간국가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한 경험이 거의 없다. 자율성이 없으면 질서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비극은 언제나 객체의 위치일 때 발생했다. 17세기 명청 교체기의 변화를 읽지 못해 전쟁을 겪었고, 19세기 후반의 질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20세기 초 나라를 잃었으며, 냉전의 초입에서 분단과 전쟁을 겪었다. 우리는 다시 구조가 변화하는 전환의 국면에 서 있다.

왜 지금 전략적 자율성이 중요한가? 첫째,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의 위기 시대이기 때문이다. 동맹은 이념이 아니라 이익이고, 서로 이익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하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면서 이익의 교환구조가 달라졌다. 대외 협상은 언제나 국내 협상이 동시에 벌어지는 양면 협상이다. 이익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국내 협상, 즉 현실적 여론을 대외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미일 삼각관계의 재인식도 필요하다. 한미일 삼각체제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역외균형 전략에서 추구되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정상 국가화와 재무장을 원한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일본이 안보 비용을 부담해서 미국의 부담을 완화해온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안보 비용의 분담을 추구하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나서면서 미일동맹의 전략적 이해가 오늘날에도 계속 일치하고 있다.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약한 고리는 항상 한일관계였다. 독도 문제를 포함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로 한미일 삼각체제에서 한일 양국의 안보 분야 협력은 한계가 있었다. 미국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부터 2019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일시적 종료 국면까지 항상 한일관계 악화를 불편해했고, 개선을 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약한 쪽의 양보를 요구해서 위기를 조속하게 수습하는 방식이었다.

이재명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추구한다. 세계적으로 동맹의 위기가 돌출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공동보조를 취해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대표적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 지역전략의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도 분명하다. 바로 중국과의 관계다. 일본은 중일관계 악화를 국내 정치와 미일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지만, 한국은 그럴 수 없다. 이익 구조가 명백하게 다르다.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 대국화가 속도를 내면 결국 역사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로 부상한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고려하면 일본에 부담을 전가하는 역외균형은 더욱 분명해지고, 미일 양국의 전략적 이익이 일치할수록 한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하위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략적 자율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억지에서 대중국 억지로 전환됐다. 한국의 안보전략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두가지 차원에서 전략적 자율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문제다. 2006년 노무현정부 당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조건부로 합의했다. 한국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승인했고,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 한국이 원치 않는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합의는 희미해지고 오산공군기지에서 정찰기가 대만해협의 긴장에 직접 출동하는 일도 늘어났다. 주한미군의 역할 자체가 중국 억지로 전환하면서, 대만해협의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전쟁에서 이란이 중동지역의 미군기지와 관련 시설을 폭격하면서, 연루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부상했다.

다음으로 비무장지대의 관할권이다. 비무장지대의 관리권한은 한국군에 있지만, 법적인 관할권은 여전히 주한미군의 다른 모자인 유엔사(유엔군사령부)가 행사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출입을 둘러싸고 한국정부와 유엔사의 갈등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해 주일미군사령관보다 별이 하나 많은 4성 장군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하며, 유엔사를 동북아시아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다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안보전략 차원에서 동북아 지역분쟁 개입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하다. 사전동의 조항 등 주한미군의 독자 행동으로 인한 연루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개혁도 중요하다. 동시에 비무장지대에 관한 유엔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며, 안보주권의 차원에서 유엔사 확대·강화론을 경계해야 한다.

 

 

3. 무엇이 전략적 자율성 추구를 가로막는가

 

다극화와 복합위기의 시대에 전통적 중견국과 신흥 중견국, 그리고 지정학적 중간국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울타리 위에 앉는 나라’가 되려 노력한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자율성의 크기만큼 이익의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 역시 외교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이 넓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모든 쟁점 현안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 현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싸고도 미국은 조건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시기가 중요하다. 이재명정부 임기 안에 작전통제권 환수를 마무리해서 안보주권을 확립하고 군사 분야에서 대북 협상력을 높이며, 실질적인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출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의지와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런가?

첫째, 자율성을 추구해본 경험이 없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지정학적 중간국으로 강대국들의 패권경쟁 무대였다. 한반도 최초의 중립 외교론이라 할 1885년 유길준의 ‘중립론’10은 청·일·러·미 등 강대국들의 공동보장을 통한 영세중립국(永世中立國) 모델을 추구했지만, 자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청나라에 대한 전통적 사대를 인정하며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생존을 모색한 고육지책으로, 외부 강대국의 공동보장에 의존한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분단과 전쟁, 그리고 냉전을 거치며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한 외교전략이 만들어졌다. 한국외교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은 노태우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소련·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의 참여가 필요했고, 이후 냉전 해체기의 변화를 활용해 사회주의권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이어졌다. 그러나 외교적 영역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것이 자율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세계가 다극화로 변하고 동맹관계 내 이익의 조화가 흔들리는 지금도 여전히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외교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외교를 이익이 아니라 이념으로 인식하는 관성이 남아 있다.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내부 갈등을 두고 ‘동맹파’와 ‘자주파’라는 이분법이 등장한 것이 그 사례다. 조율체제의 문제를 이념갈등으로 치환해 색깔론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당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을 두고 외교부 내부의 북미국(한미관계, 한-캐나다 관계 및 한미동맹 현안 등의 총괄부서)과 조약국 사이에 있었던 동맹파와 자주파의 갈등을 현재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 그리고 외교의 영역 확대는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와 분단 당사자로서의 노력은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은 공통으로 남북미 삼각관계가 선순환할 때 가능했다. 남북 양자관계만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한 적은 없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은 역할의 차이에 따라 강조점이 다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외교 메시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26년 한-EU 공동선언이나 나토 정상선언의 핵심내용은 현재의 질서 변화를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서방 주도의 연대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실리를 추구하기보다 여전히 이념으로 외교를 해석한 결과다.

그러나 현재의 질서 변화는 신냉전이 아니다. 다극화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념적 연대가 존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조중러 삼각체제 역시 이념의 연대가 아니라 전략적 이익의 일치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했고, 미국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동맹관계도 재해석한다. 달라진 세계에서 동맹의 현대화는 과거의 이념적 연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정세에 맞는 새로운 이익의 조화를 찾아야 가능하다. 이념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해야 전략적 자율성이 커진다.

셋째, 제도에 대한 무관심이다. 사람이 역사를 바꾸지만, 변화의 지속은 제도로 가능하다. 구조적 질서가 변하고, 다양한 영역의 위기가 겹치는 복합위기의 시대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란을 겪으며 외교·안보 분야의 민주적 통제가 중요해졌다. 전쟁과 평화는 엘리트에게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제도와 규범을 개혁해서 민주주의 회복을 원했던 시민의 열망을 반영하고, 주권자인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내란의 시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핵심은 인사제도다. 현재의 개방형 직위 제도는 제한적이고, 그조차도 복잡한 채용절차로 시간이 걸린다. 장관이 되더라도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고, 달라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관료제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통령제처럼 정무직의 비중을 높이고, 장관의 인사권을 일부 보장해야 하며, 개방형 직위의 수를 늘리고 민간 전문가의 채용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부처 간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심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제도의 기능 마비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미국식 외교·안보 조율체제다. 상시적인 회의체제를 통해 목표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미국의 외교사에서 NSC 보좌관과 국무장관 사이의 갈등은 흔했다. 조율과 협력의 과정에서 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생기기 때문이다.11

김대중정부부터 도입한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외교안보수석이었던 현재 안보실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NSC 보좌관으로 평가하는 닉슨 대통령 시절의 키신저(H. Kissinger)나 카터 대통령 시절의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교수 출신이고 전략가였다. 한국의 경우 안보실장은 외교·안보 전략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능력은 바로 부처 간 조율 능력이다.

현재 달라진 정세에서 조율의 범위와 영역이 넓어졌다. 한미관계만 보더라도 외교·안보 현안과 경제·통상 현안이 맞물려 있어 청와대에서는 안보실과 정책실이 협력해야 하고, 내각에서는 외교부와 경제 관련 부처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보의 조율도 중요하다. 외교·안보 부처는 역할에 따라 정보의 내용이 달라서 상시적인 정보 공유와 정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역대 정부의 경험에서 보면, 외교·안보 부처 사이의 갈등은 항상 존재했다. 부처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서로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에서 정책까지 갈등이 있어도 조율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부처에 따라 충돌하는 메시지가 반복되고, 조율 기능이 존재하지 않고, 실무 차원에서 부처 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신뢰를 주기 어렵고 국내적으로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기 어렵다.

 

 

4. 지정학적 중간국가와 적대적 두 국가

 

국제규범이 무너지고 세계질서가 변화하면서 지리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지정학적 중간국가로서, 주변 강대국의 힘 변화와 패권경쟁의 내용에 따라 한반도의 질서가 달라져왔다. 분단은 완충공간을 분할하고 서로 다른 강대국의 영향력을 전달하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제한하는 구조로 작용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북관계 악화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세계질서 속 지정학적 가치를 재인식한 결과다. 북한은 2018년 남북관계와 조미관계의 선순환 국면에서 조중관계를 정상화했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방정책에서 북방정책으로 외교전략을 전환했다.12 특히 우끄라이나전쟁에 참전하면서 조러관계를 외교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재설정했으며, 군사·경제·외교 분야 등에서 포괄적 협력을 추진했다.12

북한은 이때부터 조중러 삼각관계에서 조러관계를 활용해서 조중관계를 진전시키는 외교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실익에 있어서 그러하다. 조러관계에서 북한은 원유와 식량, 그리고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물류망은 거리가 너무 멀어 경제성을 얻기 어렵고, 오랫동안 거래가 적어서 협력 기반도 부족하다. 그래서 조중관계가 중요하다. 중국의 관점에서 낙후된 동북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정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은 2020년 1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베이징-평양의 국제 여객열차의 운행을 2026년 3월 재개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원산·갈마 지구에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평양-원산의 도로 개선과 철도 연결이 필요하다. 중국의 위탁가공이나 직접투자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어야 가능하다. 북한은 북중러 북방경제권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추구하면서, 제재에서 생긴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며 남북관계를 무시하는 결정적 이유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자율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제약은 구조적 제약으로, 바로 제재 문제다. 2017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과정에서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전의 제재가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를 비롯한 군수품이 대상이었다면, 이때부터는 북한의 경제력 약화가 목적이었다. 제재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하면 남북 교류·협력은 불가능하다.

포괄적 제재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의 핵 억지를 위한 제재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우끄라이나전쟁에 북한이 참전하면서, 양국 모두 국제제재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국도 2025년 전승절(戰勝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그리고 2026년 시 진핑 주석의 방북이 이어지면서, 제재정책에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해 예외적인 제재 완화의 기회를 만들거나 혹은 제재의 합법과 불법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 영역에서 과감한 유권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능력의 제약으로, 협상에서의 역할이다.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핵군축 협상 혹은 평화체제 협상을 재개하려면, 남북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 2025년 경주 APEC이나 2026년 베이징 미중정상회담 계기는 북미 간 대화의 기회였으나, 살리지 못했다.

우리는 한반도평화의 당사자지만, 동시에 조미관계를 비롯한 핵심현안의 대화를 촉진할 중재자이기도 하다. 하노이회담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 소통의 중재자 역할은 한계가 분명하다. 조미 양자 협상이 시작되면 단순한 말의 전달자는 필요가 없다. 신뢰가 부족한 둘 사이의 협상을 중재하려면, 쟁점에 대한 대안을 만들거나 비용을 부담하거나 양측이 부족한 부분을 제공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5.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모든 외교는 국내에서 시작한다. 국내의 지지를 얻지 못한 외교는 지속될 수 없다. 외교정책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합의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합의는 세차원이다. 정부 내부의 합의, 초당적 합의, 그리고 국민적 합의다. 세계적인 차원의 정치적 양극화에서 초당적 합의는 점점 어려워지고, 당연히 국민적 합의 역시 쉽지 않다. 출발점은 정부 내부의 합의다. 대통령과 내각, 내각에서의 부처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초당적 합의나 국민적 합의를 추구할 수 있겠는가?

전환기에는 합의 형성이 훨씬 어렵다. 변화는 빠르고, 인식은 느리다. 제도의 변화에는 절차와 시간이 걸린다. 국내 정치와 외교질서 변화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경제·외교·국방 등 모든 영역에서 일관성이 부족한 다층적 비정합성(layered incoherence)이 나타난다. 전환기의 특징이다.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합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조직과 제도를 유연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우선 전략적 통합성과 메시지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에서 지금은 교착의 시간이다. 억지와 대화, 제재와 협력, 단절과 복원의 이중성 때문에 메시지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정한 범위에서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 공존을 말하거나 무기를 팔면서 평화를 말하면 신뢰를 잃는다. 그래서 정부 내부의 차이를 좁히고,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율이 중요하다.

조율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안보실을 개편해서 정보와 정책의 통합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외교전략의 일관성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질서에서는 정보 통합이 특히 중요하다. 미국처럼 다양한 부처의 정보기능을 통합하는 정보공동체를 만들기 어렵다면, 상시적인 정보 공유와 정보 평가 회의체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 실패는 정보 실패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중견국가와의 연대와 한국의 역할 확대다. 세계는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AI 시대의 국제규범이나 기후변화의 새로운 합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중견국으로서 한국은 새로운 규범 선도자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민주주의와 AI 윤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고, AI 분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중경쟁 시대에 “뜻을 같이하는 중견국과 연대하여 자율적 외교 공간과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자는 변혁적 중도 인터내셔널”13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지정학적 중간국가는 강대국 패권경쟁의 무대라는 수동적 위치이지만 동시에 경쟁의 속도를 조절하고 부분적인 합의를 중재할 수 있는 능동적 역할도 가능하다. 구조적인 제약 속에서도 울타리 위에 앉으려 노력해야 한다. 국가이익이 충돌하는 다극화 세계에서 전통적인 동맹 질서라는 이념의 동굴에 갇히지 말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이익의 평원으로 질주하기를 바란다.

셋째, 제도개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무원 채용제도의 유연성도 확대해야 한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개방형 공무원 채용이라도 제도의 취지에 맞게 기존의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 부처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혁 방안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국가안보실 혁신, 문민 우위 군 구조개혁,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 등 외교·국방·국정원의 세부적인 조직개편 방향도 출범 초기에 추진했으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혁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더 나은 나라를 위한 국민적 열망을 동력으로 제도개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제도가 변해야 개혁이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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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e White house 2025.11.
  2. 자세한 내용은 장세호 「2026년 베이징 중러 정상회담: 주요 내용과 시사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슈브리프 845호, 2026.5.22 참조.
  3. 「북중 전략적 동반자 선언…경제·외교·군사협력 강화 추진」, 연합뉴스 2026.6.8.
  4. 이 글에서 북에 대한 지칭은 남북관계를 포함할 때는 북으로 하되 그외에는 조선으로 한다.
  5.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관해서는 이상훈·김혁중·김홍원·박은빈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KIEP 세계경제 포커스』 9호, 2026, 14면 참조.
  6. 중견국(middle power)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강대국은 아니되 약소국으로도 부를 수 없는 중간 수준의 국가 역량과 세계 외교무대에서 다자주의 협력을 추진하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국가로 쓰였다.
  7.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나라(fence sitters)라는 표현은 Matias Spektor, “In Defense of the Fence Sitters: What the West Gets Wrong About Hedging,” Foreign Affairs 2023년 5/6월호 참조.
  8.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세력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지리적·정치적 경계지대에 위치해, 갈등에 직접 노출되거나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국가. 한국도 그에 속한다.
  9. UN Trade & Development, “International Trade: Data insights” 참조(https://unctadstat.unctad.org/insights/theme/227).
  10. 유길준의 중립론의 주요 내용은 김종학 『한반도 공동보장 구상의 역사적 기원: 19세기 벨기에·불가리아의 사례와 유길준의 중립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정책연구시리즈 보고서(2020-06번), 2020 참조.
  11. 카터 대통령 시절 브레진스키 NSC 보좌관과 밴스(C. R. Vance) 국무장관의 갈등과정을 보면, 역시 권력은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결정된다. 브레진스키는 카터 대통령과 매일 대면하여 소통했으며, 밴스보다 큰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Edward Luce, Zbig: The life of Zbigniew Brzezinski, America’s Great Power Prophet, Avid Reader Press 2025 참조.
  12. 북한의 북방전략의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졸고 「김정은 집권기 북·중·러 삼각관계: 세 개 양자관계의 역동성」, 『한국과 국제정치』 39권 4호, 2023 참조.
  13. ‘변혁적 중도 인터내셔널’의 모색과 관련해서는 ‘백낙청 TV’(youtube.com/paiknctv) 2026년 6월 5일자 백낙청·백영서 대담(백낙청 초대석 32) 및 7월 3일자 백낙청·김연철 대담(백낙청 공부길 226)을 참조.

김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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