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단속으로는 미등록외국인 문제해결 어렵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마치 코로나19 같은 일은 일어난 적도 없는 것처럼 모두가 빠르게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시작한 미등록외국인에 대한 합동단속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정부는 미등록외국인에 대한 단속을 중단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의 위험도 위험이지만 애써 단속하여도 본국으로 돌려보낼 비행기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새로운 인력을 들여오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서 미등록외국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밤낮없이 풀가동되었던 마스크 공장이나 농어촌 등지에서 미등록외국인들이 큰 힘이 되었다.
사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는 미등록외국인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과 합법화 조치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2003년 마지막 사면조치 이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던 수십만의 미등록외국인들을 양지로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합법영역으로 포용될 수 있었다면 수십만의 새로운 납세자와 사회보험료 납부자가 생겨났을 것이고 인권침해나 범죄연루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등록외국인에 대한 단속중단과 백신접종까지는 허용했지만 사면과 합법화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사회는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미등록외국인의 숫자를 5년 이내에 40여만명에서 절반인 2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나도 동의하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단속과 추방이 아니라 대규모 사면과 합법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는 합법화 조치 이후에도 미등록외국인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합법화가 무용할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단속추방정책을 펼친 결과, 미등록외국인은 과연 줄어들었는가?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이 미등록외국인이 전체 외국인의 20%에 이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단속과 추방처럼 물리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제거’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인명사고와 인권침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단속과 추방 과정에서 거리와 공장 그리고 외국인보호소 등지에서 사망한 이들만 36명에 이른다.
사실 단속과 추방을 통해서 미등록외국인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계획에 대해 일선 출입국공무원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국의 출입국단속반 공무원 숫자는 320여명에 불과하다. 미등록외국인이 매일매일 새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320명의 단속반이 현상유지를 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법무부뿐만 아니라 경찰,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까지 동원하여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한다. 이렇게 많은 행정력이 동원되는 정부의 활동이 이외에 또 있는가 싶은 정도다. 나는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이런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는 남의 재산을 뺏거나 신체를 다치게 하는 범죄이고 미등록체류는 출입국관리법이라는 행정질서법 위반일 뿐인데 말이다. 이는 행정력의 낭비일 뿐 아니라 합동단속 기간 동안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이 고유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치안 업무나 노동자보호 업무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률과 범죄 증가, 마약류의 확산 등 사회문제의 원인을 미등록외국인들에게 덧씌워 사회적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등록외국인을 단속해서 추방해버리면 그 피해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발생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미등록체류 외국인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내국인과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이들이 관계 맺는 사람은 회사의 고용주일 수도 있고 거주지의 임대인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미등록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노동자가 가장 숙련된 기술자여서 이들이 없을 시 공장운영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추방을 기다리는 외국인들 중에는 내국인과 사실혼 관계이거나 자녀를 둔 경우도 많다보니 남겨질 가족의 생계 등을 걱정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우리 사회가 얻게 된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는 가치는 이제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인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어째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쫓아내려 하는 걸까? 코로나19처럼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겨온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함께 만드는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도 주기적으로 ‘생계형’ 사면을 해주는 나라에서 왜 먹고살기 위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온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냉정한 걸까? 다시 한번 미등록외국인 ‘문제’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면과 합법화를 촉구한다.
김대권 /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 시민모임 ‘마중’ 활동가
2023.6.20.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