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기후위기 시대, 트럼프보다 무서운 이윤의 논리
김선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마음이 무거운 3월의 첫 주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마두로(Nicolas Maduro)를 납치한 지 두달도 안 된 상황에서 다시 벌어진 미국의 일방적인 무력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란 남부의 여자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150명가량의 여학생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마음을 더 아리게 한다. 이란도 주변국의 군사시설과 두바이의 트럼프타워 호텔 등 민간시설에 대한 폭격을 감행하며 확전을 예고했다. 얼마나 더 많은 파괴와 죽음이 뒤따르게 될지 상상하는 것조차 버겁다. 트럼프 ‘2기’를 1년 넘게 경험하며 이전보다 더 막 나가는 그의 행보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기존 정치의 문법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의 극단적인 결정은 매번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약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을 감행했지만, 마두로 납치 후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요구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위협 제거와 격한 반정부시위를 벌여온 이란인들의 ‘자유’를 명분으로 삼아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와 같이 석유에 대한 ‘접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쟁처럼 노골적인 ‘석유 전쟁’으로 해석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주요 언론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 가능성, 그리고 이로 인한 세계 유가 급등 가능성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중동의 긴장 고조로 석유 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운임과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이미 유가와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과 혼란을 주겠지만,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휘발유 가격과 생활비 상승은 안 그래도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의 불만을 더 자극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유가는 세계 최대의 화석연료 생산국 미국의 화석연료 기업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중동의 불안은 미국산 원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을 늘려 유럽과 아시아에서 중동 원유 공급의 공백을 메울 수 있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 에너지 공급과 시장에서 우위 확보를 꾀할 수 있다. 중동의 전쟁이 어쩌면 트럼프가 늘상 말해왔던 ‘에너지 지배력’ 강화라는 목표 실현을 돕는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기후과학을 부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억누르며 화석연료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의 이미지와도 잘 매칭된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더니, 환경청(EPA)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기능과 규모를 축소하고,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해체를 선언하는 등 기후과학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했다.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는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중 하나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에 의하면 2025년 1월 취임 이후 트럼프가 시행한 ‘환경, 기후, 건강을 위협하는’ 조치는 430건에 이른다. 반면 ‘마구마구 시추하라’는 구호 아래 화석연료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와 채굴 장려는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지극히 위험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생에너지를 포기하고 화석연료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에너지 믹스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최근 보고는 2025년 추가된 미국의 발전용량 중 재생에너지가 60%가 넘었으며, 2026에는 그보다 많은 65%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했다. 28%의 저장용량까지 합치면 93%다. 반면 2026년 신규 화석연료(가스) 발전용량은 7%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혹은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재생에너지에 적대적이었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가장 많이 하는 주들이 대체로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주들이라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리버럴한 캘리포니아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이오와, 오클라호마, 캔자스 같은 보수적인 주들은 압도적인 풍력발전 설비에 기반해 전력의 절반 내외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반면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재생에너지는 상당 부분을 수력에 의존한다. 여기에는 지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에서 수력이, 넓은 평지에 일사량과 바람이 풍부한 텍사스 등 미국 중부의 평원지대에는 태양광과 풍력이 집중되는 이유다.
더 중요한 점은 재생에너지 역시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발전사업 수익률이 낮고, 수익은 유가와 금리, 보조금 포함한 정부 정책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나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금융시장 수익률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2배에서 7배까지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화석연료 기업들조차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트럼프가 적대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화석연료 추출을 제한하려는 정책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그의 집착도 딱히 화석연료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엄청난 이윤의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좌파’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말하며 이윤의 원천을 차단하려 하니, 에너지원을 두고 진영 논리로 갈라 정치화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니 자본은 수익이 된다면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정치적 목표는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상관없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본성이자, 지난 30년 넘게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성장주의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현실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금도 기업의 탐욕을 통제하기보다 그것을 ‘전환’의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탄소시장은 오염을 줄이기는커녕 오염할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만 확대했고, 탄소는 새로운 금융자산이, 감축은 투자상품이 되었다. 문제를 낳은 시스템의 규칙을 바꾸지 않은 채 그 규칙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 결과, 기후위기는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재난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AI와 반도체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이재명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의 과제조차 ‘K-GX(K-Green Transformation)’라는 K브랜딩의 소재로 삼으며 감축 과제를 산업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윤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체제가 이윤과 성장의 논리가 파괴한 기후를 되살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그린워싱 없이 모두를 기후재앙의 나락으로 끌고 가는 트럼프가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김선철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
2026.3.3. ⓒ창비주간논평
커버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