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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이냐 연대냐, 변화하는 일본정치



테사 모리스 스즈끼


2026년 2월 8일, 자민당의 타까이찌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집권 연립여당(자민당 및 일본유신회)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였다. 전세계 언론은 이를 중대한 정치적 이정표가 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타까이찌 정부가 1947년 제정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전후 헌법의 개정을 포함한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타까이찌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이며,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 승리에 역사적 맥락이 존재하며, 타까이찌의 권력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제한적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후 연합군 점령기(1945~52) 이후, 일본의 보수세력은 점령기 동안 도입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식민제국 및 전시 팽창주의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초창기에 이런 노력에 앞장선 인물은 자민당 총수 키시 노부스께(岸信介, 총리 재임 1957~60)였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경제·기술 강국으로서 일본의 성공은 이 복수주의적(revanchist) 구상을 정치적 논쟁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 들어서자 그와 같은 구상들은 키시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오(安倍晋三, 총리 재임 2006~2007, 2012~20)에 의해 적극적으로 부활했다. 아베의 정치적 후계자로서 타까이찌는 스스로를 이러한 비전의 계승자로 여기고 있다.


일본 선거제도의 구조와 전통적으로 낮은 투표율 탓에 지난 70여년 동안 자민당은 압도적인 정치적 우위를 점해왔다. 그럼에도 자민당은 전후 헌법의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헌법개정은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높은 제도적 장벽에 대응하여, 그간 자민당은 헌법 조항의 문구를 선택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군사력 확장을 제약하는 헌법적 제한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헌법 제9조에서 “육·해·공군, 그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현재 ‘글로벌 파이어파워 지수’(Global Firepower Index)상 세계 7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되며, 해군과 공군 전력 또한 각각 세계 6위 규모에 이른다. 이러한 군사력은 외국의 공격에 대비한 순수한 자위 목적에 한정된다는 일본정부의 보장 아래에서 수십년간 제한되어왔으나, 이 제한 역시 점차 약화되었다. 특히 2015년 제정된 ‘평화안전법제’는 ‘존립위기 사태’라는 것에 대응하여 일본 군대의 해외 파병을 가능하게 했는데, 존립위기 사태란 일본에 대한 경제봉쇄나 해외에 있는 일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 등을 포괄하는 모호한 개념이다. 2017년 이후 일본정부는 국방비를 급속히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2022년에는 2020년대 후반까지 일본의 국방 예산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끌어올릴 추가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일본과 이들 초강대국 간의 군사력 격차는 여전히 막대하며, 군사력 증강은 일본을 미국과 더욱 긴밀히 결속시키겠다는 (예컨대 타까이찌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한 것을 비롯한) 약속들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참의원에서 우파정당들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할 경우, 타까이찌 행정부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에 대한 일본 내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타까이찌는 내셔널리즘적 전임자들의 오랜 염원을 마침내 실현하는 ‘영광’을 위해 헌법개정을 밀어붙이려 할 수 있다.


타까이찌는 스스로를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새처(Margaret Thatcher)에 비견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본의 총리는 치명적 약점을 가진 철의 여인인 듯하다. 타까이찌가 주창하는 민족주의는 그녀의 멘토 아베 신조오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외부 영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종속적인 민족주의(satellite nationalism)이다. 타까이찌는 도널드 트럼프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왔으나, 중동분쟁에 깊이 개입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타까이찌가 상징적 이유로 헌법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80여년간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헌법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천황의 역할, 소수민족의 권리 등 다양한 조항을 둘러싼 논쟁적이고 분열적인 토론을 촉발할지 모른다. 동시에 일본 총리가 능숙하게 구사하는 민족주의적 수사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이주와 국제적 이동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재정긴축과 사회지출 축소를 기반으로 한 새처의 신보수주의와 달리 타까이찌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침체를 탈피하려 하는데, 이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더욱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모두 강경한 수사를 구사하고 있음에도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억압적인 정치체제하에서 다양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대외 전쟁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한편 경제적·기술적 역량 확장에 더 집중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후 미국이 주도해온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약화시켰음은 물론 무모한 대외정책으로 인해 자국 경제와 동맹국 경제 모두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소 국가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 역사적인 글로벌 권력구조 변화를 맞아 평화롭고 협력적이며 자율적인 대응을 모색할 대화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고, 이는 21세기 강대국 간 갈등에 대한 말하자면 ‘새로운 반둥식 대응’이 될 것이다. 현 일본정부의 정책은 일본을 아시아 이웃 국가들로부터 고립시켜 여러 중요한 대화와 협력의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하고, 허우적거리며 가라앉고 있는 초강대국에 일본을 더욱 얽어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테사 모리스 스즈끼(Tessa Morris-Suzuki) / 호주국립대 아시아·태평양대학 명예교수

(번역: 백연재)

2026.3.17. ⓒ창비주간논평

커버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