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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너무 아픈 밥은 밥이 아니었음을



정은정


학교급식(이하 급식) 현장은 ‘난 자리’는 있어도 든 자리는 없다. 그만두거나 다치거나 죽음으로써 영원히 난 자리가 되곤 한다. 2022년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사망이 처음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15명이 폐암으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노동환경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29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학교급식법 개정 투쟁을 해온 급식노동자들이 분홍색 앞치마를 맨 채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다. 왜 사회는 생명을 놓치고 비참을 증명해야만 그제야 굼뜨게 움직이는 것일까. 


급식노동의 대표적인 직업병은 폐암으로 알려졌지만, 고온다습한 급식실에는 절단기와 분쇄기, 대형 솥과 식기세척기 등 위험하고 무거운 기물들이 즐비하여 종합병원급 상해와 질병이 발생한다. 2025년 ‘전남지역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근무경력에 따른 직무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498명 중 74.1%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다. 타박상과 골절, 외상, 화상, 호흡기 질환, 피부염 등 상해와 질병도 다양하다. 여기에 식판과 기계의 소음이 뒤섞여 청력저하와 불면증과 같은 문제도 더해진다. 2025년 6월 폐암 산재신청자는 213명으로 그중 178명이 산재승인을 받았다. 폐암 잠복기가 통상 10년 이상이기에 장기 근속자들의 경우 그 두려움은 매우 크다. 학교급식은 아파도 너무 아픈 밥이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핵심은 ‘급식노동자 지위 명문화·국가 책임 강화’와 학교급식이 교육행위의 일환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간에는 먹는 사람(학생)을 중심에 둔 급식의 질과 위생에 대한 규정이었다면 개정안에는 ‘밥짓는 사람’의 안전과 복지 문제를 명문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사님’이라 부르던 조리사·조리실무사가 약 6만명, 학교가 근무처이되 교직원이나 공무원 신분이 아닌 ‘교육공무직’ 중에서 조리실무사들 수가 가장 많다. 그동안 조리실무사는 급식의 핵심인력이면서도 명시된 지위가 없이 ‘무적자’ 신분에 가까웠으며, 영양교사 역시 ‘교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동시에 급식실에서는 영양교사와 영양사의 구별짓기나 영양사와 조리실무사들 간의 위계와 직열 갈등도 있어왔다. 개정안에서 영양(교)사와 조리사·조리실무사를 법률상 ‘학교급식종사자’로 정했다는 점은 향후 급식실 내 노동권과 보장의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개정안에서 급식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에도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간 중앙정부는 교육자치의 명분에 숨어 급식실 재해 문제에서 한발 슬쩍 빼는 모양새였다. 근본적으로는 지자체(기초지자체 포함)마다 학교급식에 대한 철학과 지원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인데, 학생이 많으면 식재료 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급식의 질이 좋아지지만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합쳐 1500여명 정도인 지역의 어느 군에서는 식재료 납품업체가 수익성 문제로 입찰조차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급식의 도농간 격차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중앙정부의 학교급식에 대한 책임을 개정안에 더욱 확실히 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학교급식의 가장 큰 난제는 고질적인 인력난이다. 조리실무사는 최저임금에 겨우 맞추어진 대표적인 저임금·고위험 직종이다. 학교급식의 1인당 식수인원(학생 및 교직원 포함)은 평균 130~140명으로, 여타 공공기관 급식실 식수인원이 1인당 평균 64명, 군대가 75명인데 비해 지나치게 많다. 게다가 같은 식수인원이라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노동강도 차이가 커서 고등학교 급식실은 만성 구인난 상태다. 결국 고등학교는 슬금슬금 위탁급식이 늘어나는 추세로 ‘당근마켓’같은 지역 온라인 플랫폼에는 급식업체의 조리실무사 구인 공고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근래에는 현장에서 남성 급식노동자를 마주치기도 하는데, 이는 외주업체가 단기 아르바이트 및 일용직을 고용하면서부터다. 급식이 시작되던 1998년 무렵 남자 대학생들의 막노동 아르바이트 중 무겁고 뜨거운 것들을 다루며 체력소모도 큰 급식노동이 있었다. 열악한 급식의 질과 반복되는 식중독사고 등이 문제시되어 직영급식으로 전환된 것은 2006년인데, 음식의 질과 안전은 혁신적으로 나아졌지만 노동환경의 개선은 뒷전이 되어 결국 저임금·고위험 구조에 갇힌 대표적인 여성 직종이 되었다. 이때 여성노동자는 ‘반찬값이나 벌러 나오는’ 것이라는 편견이 작동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급식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의 첫걸음은 임금인상과 적정 식수인원을 정돈하는 일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급식노동자 대상 조사를 보면 1인당 적정 식수인원은 ‘60~80명’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이번 개정안에 적정식수 인원을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다행이지만, 또렷하게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라 권고안에 가깝다. 게다가 농촌과 도시의 사정이 다르고 초·중·고의 차이가 있어 현장 중심의 식수인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초등학교 조리실무사 이직률은 중고등학교에 비해 낮은가 하면, 같은 서울 안에서도 학생이 많거나 민원이 심한 곳은 기피학교로 꼽힌다.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조리인력을 한꺼번에 뽑아 학교별로 배치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인력만큼 채워지는 경우는 없다. 


개정안에서 학교급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학교의 교육과정임을 명확히 한 점도 큰 진전이다. 그러나 이는 식생활교육에 배정할 예산 및 준비 정도를 보건대 선언적 의미일 따름이다. 식생활교육은 영양교육을 기본으로 기후위기 시대 한끼의 급식이 오기까지 어떤 노고가 깃들어 있는지 살피고, 생산자와 노동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안과 교수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급식조리종사자와 교사, 학부모도 교육 대상으로 확장해야 한다. 학부모 민원이 나날이 급증하며 급식현장에서 학부모는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지만, 학교급식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컸고 앞으로도 학교급식을 지킬 중요한 행위자다. 나아가 급식노동자들과 교사들도 학교급식의 교육적·사회적·생태적 의미를 배우고 지도할 수 있도록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급식조리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0대 이상으로 이들이 퇴직하면 그 자리가 채워지진 않을 것이다. 급식노동이 주변부노동이자 바닥노동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말이다. 정부는 조리로봇 투입을 대안으로 보지만 식재료를 씻고 급식실을 소독하며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노동은 비싼 로봇 대신 값싼 사람의 일로 남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조리로봇이 시범도입된 학교를 관찰한 결과 디지털 수용도가 높은 종사자가 로봇을 다루고, 그렇지 못한 고령의 조리노동자는 로봇을 보조하거나 뒷일을 맡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향후 조리로봇이 급식실마다 도입되더라도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이 아닌 사람을 지워버리는 ‘무인화’를 목표로 한다면, 급식노동은 영원히 허드렛일이다.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마침표가 아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일 뿐, 평등하고 안전한 보통의 학교급식으로 나아갈 길은 여전히 멀고 희미하다.



정은정 / 농촌사회학 연구자

2026.3.31. ⓒ창비주간논평

커버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