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③] 물, 마시지 말고 반도체에 양보하세요: 국가첨단전략이라는 이름의 수자원 약탈
이현정
‘물’과 관련해 연일 뉴스에 나오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저수지의 낮아진 수위와 갈라진 바닥, 물탱크차로 급수를 하는 모습 등 전국 가뭄 관련 보도이다. 다른 하나는 3대 메가 프로젝트, 특히 서남권 반도체산업단지로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해명이다. 기후재난의 현실화라는 가뭄 보도가 무색하게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5대 강의 물줄기가 마른 적은 없었다”며, 엄청난 규모의 공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그 말을 믿어도 될까?
상수원보호정책의 해체와 3대 메가 프로젝트
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크게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나뉜다. 이 중 수도법의 관할에 있는 것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이며, 상수원보호구역은 이 생활·공업용수의 취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었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수질 오염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가 제한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작동하고, 그 덕에 우리는 안심하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한강 하류를 예로 들면 서울, 인천 그리고 한강 인접 경기도 주민들이 공급받는 물은 모두 잠실수중보 상류에서 취수된다. 잠실수중보 상류 취수장들 사이에도 위치에 따라 원수 수질에 차이가 나는데, 2020년 인천 수돗물 유충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충이 발견된 지역은 모두 팔당댐이 아닌 잠실수중보 직상류의 풍납취수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팔당댐과 풍납취수장 원수 수질의 차이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수질을 정화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지만, 정수처리는 마법이 아니며 기후위기 시대에 깨끗한 상수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물 수요와 개발 압력 앞에 상수원보호구역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AI 산업 역시 상수원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45년 동안 유지되어온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지정을 위해 해제된 사례다. 이재명정부는 또한 상수원관리규칙 일부 개정을 통해 기존에 수도사업자에게만 주어졌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신청 자격을 규제의 대상인 지자체까지 확대하는 등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가장 깨끗한 물을 가장 위험한 물로 바꾸는 반도체산업
서남권 반도체산단은 기존 상수원인 동복댐, 주암댐, 나주댐 등을 용수의 주요 공급원으로 발표했다. 최근 하수처리수 재이용수를 일부 사용하겠다고 수정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재이용수의 경우 현재 반도체산업의 핵심인 초순수 원료로는 쓰이기 어렵다. 결국 초순수 공급을 위해서는 상수원과 농업용수 사용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여유량, 미사용 물량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평시 기준일 뿐, 가뭄 때는 늘 물이 부족했다. 실제로 2022~23년 동복댐은 저수율이 18%대까지 떨어져 제한급수 직전까지 갔고, 주암댐은 공업용수 공급이 중단되고 생활용수까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김성환 장관은 가뭄시 물 공급 우려에 “극한 가뭄과 일상적 물 공급은 다르다”며 “하천과 댐을 연결하여 다른 용수를 끌어오는 방식을 이용하면 된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는 김장관이 얼마나 상수원에 대한 이해가 없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한정된 상수원은 지금도 가뭄 때면 부족하고, 이외의 물은 먹는물로서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데 어디서 물을 끌어올 수 있겠는가. 이러한 발상은 정부가 나서서 상하류 및 유역 간 물 분쟁을 유발하고 국민들을 생존권 갈등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다.
심지어 반도체공장 방류수는 공공수역의 수질까지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부는 산단에 나주댐의 농업용수를 10만 톤 공급하고, 농민들에게는 영산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광주공항부지에 반도체산단이 들어서면 과불화화합물(PFAS)이 포함된 방류수 수십만 톤이 영산강으로 흘러들게 된다. 완전 제거도 불가능하고 수백년간 자연분해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물로 기른 나주평야 쌀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반도체 산업 물 소비량, 많아도 너무 많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데이터센터 산업은 물 사용량이 많기로 유명한 산업이다. 수자원 고갈과 상수원 수질 오염은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운동의 주요 이유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허가하거나 심사 중인 데이터센터 522개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같은 수준으로 물을 사용할 경우 하루 약 45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있었다(「2035년까지 지어질 데이터센터 38%는 ‘물 부족’」, 국민일보 2026.08.10.).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라 물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도 다수 존재했다. 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포함된 총 18.4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들은 포함되지 않은 분석으로, 이를 반영할 경우 물 부족 지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이 사업을 먼저 결정하고, 사후에 물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은 우리의 먹는물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반도체산업의 물 사용량은 더욱 심각하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의 일반산단(SK하이닉스)과 첨단산단(삼성전자)에 공급될 공업용수 시설용량은 팔당댐 취수 107.2만 톤과 여주보 취수 26.5만 톤 등 하루에만 총 134만 톤에 달한다. 이 양은 전국에서 서울, 경기 다음으로 수도 사용량이 많은 경남 전체(인구 약 332만명)의 생활용수 사용량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서남권 반도체산단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 65만 톤의 물을 공급받을 예정인데, 이는 인구 140만명 수준의 광주나 대전의 생활용수 사용량인 하루 약 50만 톤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데이터센터 500여개의 용수 사용 추정량인 45만 톤이 작아 보일 지경이다. 기존에도 물 부족을 겪고, 단 1~2만 톤의 수돗물 추가확보를 위해 머리를 짜내던 광주지역 전체의 수돗물 사용량보다 훨씬 많은 공업용수 수요를 추가하면서도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는 지금의 상황은 ‘광기’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반도체·AI 산업을 국가 경제의 돌파구로 삼으며 기존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는데, 이는 물 분야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서남권 반도체산단의 용수계획은 물관리 최상위기관인 물관리위원회와 상의 없이 결정된 내용으로, 위원회는 민간위원들의 요구가 있은 후에야 이 내용을 사후 보고받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물기본법 개정안은 물배분의 원칙을 규정한 제14조에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안정적 물공급’을 단독으로 명기함으로써 사실상 반도체·AI 산업에 물공급 우선권을 주려고 한다. 이미 지금도 늘어난 산업수요가 먹는물의 안전성과 공급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 작년 강릉의 가뭄 재난 사태 때 시민들의 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준 것은 시민의 생존권보다 우선시 된 자본의 논리였다. 집집마다 제한급수로 고통받고 있을 때, 호텔, 골프장, 수영장 등 수도 사용량이 큰 관광산업의 급수는 제한하지 않았따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우, 반복되는 기후재난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반도체·AI 산업에 올인하며 먹는물 안정성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정부와 정치권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유사한 일을 여러번 겪어왔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후 20년 동안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십조를 투여했지만,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는커녕 썩어가는 호수만 남았다. 기후위기를 핑계 삼아 강행된 4대강사업은 극심한 녹조를 초래하며 건강유해성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역시 우리나라를 구원해줄 구세주가 아니라 물, 에너지, 식량 등 기후위기 시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 모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계획일 뿐이다. 공멸을 향해 전력질주하려는 게 아니라면, 모두의 미래를 위해 이 계획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이현정 / 녹색정치Lab 그레 소장
2026.8.19.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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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주간논평에서는 기획연재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를 통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 열풍의 배경과 실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획연재는 약 두달간 이어집니다.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①] 녹색 메가 프로젝트는 없다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②] 반도체산업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