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대한민국 예산, 부패 삼각동맹의 먹잇감이 되다
최순실은 어떤 잘못을 했는가
최순실게이트가 본격화되고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벌써 몇달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법과 질서, 공정성, 상식이 무너져버렸다.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둑맞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개인적인 일탈은 핵심이 아니다. 주사 같은 것은 대중의 분노를 가중시키는 사안에 불과하다. 국정농단이 핵심이다. 국정은 법과 예산이다. 우리의 소중한 이 두가지를 농단한 것이야말로 범죄인 것이다.
필자는 이번에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답 2016)이라는 책을 내면서 우리의 소중한 것, 그중에서도 세금에 주목했다. 그것을 쓸 때는 예산이라 부른다. 우리 모두의 재산이다. 우리는 그것을 대리인인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들이 주인 노릇을 하며 마음대로 가져갔다면 그들은 도둑이 된다.
다만 이번에는 도둑의 모습이 더 독특하다. 지난 정권만 하더라도 4대강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벌여 예산을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 쪽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최순실은 달랐다. 기존 사업에서 가져가는 예산시스템을 활용했다. 최순실이 기획하여, 연설문을 수정하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그 기획을 발언한다. 그리고 관료들이 VIP 발언이라고 표시해서 예산을 올린다. 그러면 전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재정부가 예산을 깎기는커녕 오히려 늘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정(정치인), 관(관료), 재(재벌, 이익집단)의 동맹 때문이다. 그들이 예산구조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오래된 삼각동맹에 최순실이라는 감독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 철의 삼각동맹은 정부 예산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구조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여전히 70년대 정부주도 개발연대식 예산구조로 되어 있다. 다만 특별한 것은 박근혜정권은 대선공약으로 예산액의 2%를 문화예산으로 편성하겠다고 했고, 2017년에도 복지예산보다 높은 증가율로 문화예산을 편성했다. 따라서 최순실 예산은 문화 부분에서 대거 등장하게 된다.
삼각동맹이 핵심이다
정·관·재 삼각동맹은 우리 사회 기득권 구조의 핵심이다. 이들은 국가권력의 법적·제도적 수혜를 독점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해왔다. 이러한 모습은 예산구조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리나라 예산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정치집단 중심이다. 정치는 예산구조의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번 예산서의 특징 중 하나는 예산설명서에 VIP(대통령을 지칭)라는 항목이 546개나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관료들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핑계 삼아 본인들의 사업을 지키거나 더 나아가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
둘째, 관료 중심이다. 우리 예산의 특징은 신규예산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2017년 예산 중 액수 기준 신규예산은 1.7%에 불과하다. 매년 비슷하다. 물론 새롭게 시작하고, 이후 갈수록 커질 씨앗 예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한다 하더라도 99%에 달하는 예산액이 기존 사업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은 변화를 꺼리는 관료적 질서가 지배하는 보수적 예산구조를 지니고 있다.
셋째, 재벌과 이익집단 중심이다. 개발연대 예산구조의 존속이다. 위의 언급처럼 예산구조에 변화가 거의 없다보니 과거 개발연대의 예산구조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개발연대 예산구조란 개발연대 시절의 지출구조, 즉 경제투자 중심의 예산구조를 말한다. 특히 부동산 관련 개발이 계속 유지됨에 따라 토지보상금이 더욱 증가하여 2017년에는 19조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결국 우리 정부의 예산이 새고 있는 것이다. 도둑들이 출몰하는 곳은 훔칠 장소, 즉 예산 기생층(계층)들이 구조적으로 만들어놓은 곳들이다. 공공기관 323곳에 더하여 공직 유관단체·협회 905곳, 민간협회 113곳 등 1300여개가 넘는 공공부분의 조직이 예산으로 먹고사는 기생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꼭 필요한 곳도 있고 의미있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결방향 세가지: 투명성, 책임성, 시민참여
그렇다면 최순실게이트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바로 투명성, 책임성, 시민참여의 원칙이다. 최순실이 사라져도 최순실예산은 살아남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투명성이다. 운용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각종 예산사업의 내용과 주체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에 이르고서야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소수의 관료와 정치인 이외에는 알지도 못하고 개입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투명성이 정부개혁의 첫걸음이다.
둘째, 책임성이다. 예산은 관료의 책임으로 편성된다. 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영향력하에서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루아침에 관료가 교체되고 해임되는 사태는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무런 권한도 없고 따라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납세자 소송을 도입하여 예산을 낭비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시민참여의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은 말 못할 모멸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시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예산의 소비자로서 머물러 사태를 수수방관한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부터 적극적으로 전체 운용 및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예산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문장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시민단체들은 10월 20일 나라예산토론회 등에서 150건 3조원에 달하는 낭비사업의 감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 자체에 회의론도 많다.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은 잘못 쓰면 부패의 독소이지만 잘 쓰면 사회를 위한 영양분이고 소중한 투자재원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예산이 없다면 사회적인 문제들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순실은 떠나도 삼각동맹은 굳건하다는 현실이다.
정창수 /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2017.1.1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