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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수포자’, 방치해선 안된다

최수일

최수일

‘수포자’, 이른바 수학포기자 즉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일컫는 신조어다. 수포자의 실태는 여러 언론에서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표면적으로는 30~40% 정도라고 하지만, 수학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은 곧 대학 입시를 포기한다는 선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함부로 수학을 포기했다고 하지 않는 심리적인 면을 생각하면 실제 수포자는 50%가 넘을 것이다.

 

논리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가르치는 수학이 우리나라에서는 ‘공포’ 그 자체인데, 이는 주요 과목으로서 수학 성적이 고교·대학입시 당락을 좌우하고 진로까지 바꿔버리는 위력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는 수학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지난 5월 1일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공개토론회’에서 시민들이 수학 교육과정 축소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많은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이 비율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원인이 무엇일까?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

 

첫째, 우리나라 수학과 교육과정의 단선체계 때문이다. 우리 교육과정은 한번 배운 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한번 실패하면 다시 회복하여 따라잡기가 어렵다. 마치 100m 달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마라톤에서는 잠시 넘어져도 일어나서 따라잡을 수 있다. 중간에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100m 달리기에서 물을 마시는 선수는 등위에 들 수 없다. 언론사나 시민단체의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로 ‘이전 단계를 모르면 그다음 단계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초중 수학의 차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중학교부터는 전공 교사가 수학을 가르친다. 직관적이던 수학에서 형식적으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수학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수학 점수에서 나타난다. 초등학교의 수학 점수 평균은 보통 70~80점대지만, 중학교 수학 점수 평균은 50점대가 흔하다. 모든 학생이 평균 30점을 깎이는 것이다. 예로부터 60점 이하를 낙제로 보는 우리 문화에서 볼 때 평균이 50점대라는 사실은 단순화하면 절반 이상이 낙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과 EBS 교재 연계율 70% 정책으로 수능 수학 문제를 찍어서 맞출 확률이 높아진 최근을 제외하고, 과거 수능 수학 평균이 30점대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수능 수학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3등급은 받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셋째,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 시스템도 원인이다. 현재 대학입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수능 점수다. 수시모집에서는 논술시험이 가미되며, 학생부도 큰 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수능시험은 오지선다형 지필고사며, 논술시험은 서술형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지필고사다. 학생부는 형식적으로 수행평가가 있으나, 가장 큰 자료는 교과 내신성적인데 그 주된 평가방식 역시 지필고사다. 수학의 지필고사는 교육과정을 무시한 채 너무 어렵게 꼬아 출제되고 있다. 그래서 평균이 50점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타개할 대안은 무엇일까?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첫째, 교육과정을 나선형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해가 늦은 아이들을 배려하고 인지발달을 고려하여 수학의 한 주제를 여러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한 주제를 가르치는 기간이 너무 짧다. 그 시기를 놓치면 낙오하게 되며 낙오자를 구제하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며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린다. 교과서가 복습과 반복학습을 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중학교 시험 평균이 초등학교와 비슷한 70점대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수학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여러개 묶어서 출제하는 복합적인 문제나 수학경시대회용 문제,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에게 유리한 문제 등을 최대한 줄이고 수학의 기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면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적인 문제를 많이 출제함으로써 점수의 충격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런 평균은 고등학교까지 유지되어야 하며, 수능 수학 평균점수도 2015학년도 수능처럼 60점대 후반을 유지해야 한다. 수포자도 자기 점수가 60점대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셋째,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과정 중심 평가를 단순하게 서술형 평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정 중심 평가는 매 수업시간 중 각 학생의 수업에 대한 참여도와 발전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평가하는 서술형 평가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지필 평가를 서술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수학과 교육과정의 평가규정에 선다형 평가를 지양하라고 명시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 내신시험과 수능시험에서 주를 이루는 선다형 문제는 교육과정마저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자녀가 수학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데 동의한 비율이 99%를 넘는다. 아이들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부모들의 시급한 과제다.

 

 

최수일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2015.5.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