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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보편증세의 골든타임

전승훈

전승훈

법인세 과표 3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소득세 역시 과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구간 신설 및 기존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40%의 세율 적용,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42%의 세율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의 의미와 한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은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이 증세 기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과표 기준금액을 높이거나 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법인세 감소 기조가 유지되었던 것에 비한다면 주목할 만하다. 물론 경제이론에서는 법인세는 투자를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또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결정되자마자 법인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2012~16년 기간 중 법인세수가 45.9조원에서 52.1조원으로 13.5%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법인소득금액은 261.7조원에서 304.9조원으로 16.5% 증가하여 법인세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과세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부문의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원활히 환류되지 못하고, 기업의 이익은 상승하는 데 비해 가계소득은 정체되어 있는 현 상황은 재원확보를 위한 법인세 증세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즉,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증세를 추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필요재원 178조원의 확보가, 중장기적으로는 복지확대를 위한 필요재원 확보가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의 증세는 더 적극적이고 더 보편적이어야 한다. 일부 계층에 세부담이 집중되는 것은 형평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재정수요에 대응하는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의 세수효과는 2019년 이후 연간 2.3조원 규모이며, 소득세 최고세율의 세수효과는 2018년 4913억원, 2019년 이후 연간 1조 782억원 규모이다.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2017년 19.3% 수준인 조세부담률이 2021년 19.9%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 정도의 증세로는 재정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과세기반을 넓혀 더욱 보편적인 증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조에서 보면 고소득층, 대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소득세와 법인세 세법개정 내용은 일정정도 한계가 있다.

 

보편증세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있는가

 

보편증세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증세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위 부자증세를 통한 조세 형평성 강화 혹은 조세정의 실현에서 출발하여 보편증세로 이어지는 단계적 증세전략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방향성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추진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8월말 발표된 ‘중장기조세정책운용계획’에는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뛰어넘는 보편증세에 대한 방향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하여 조세개혁 세부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12월 중순인 현 시점에도 구성되어 있지 않다.

 

여소야대 국회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편증세를 이루어낼 추진전략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법인세법 개정 과정을 보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00억원이었던 최고세율 적용 과표 기준이 3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최고세율 적용기업수가 줄어든 바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70%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라는 장벽에 막혀 정부안보다 후퇴한 증세방안이 가결된 것이다. 앞으로도 증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소야대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실하에서 야당을 설득하고 적정 수준의 증세를 관철시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편증세를 위해서 정부가 넘어야 할 더 큰 산은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 문제이다. 부가가치세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작으면서 세수를 증대할 수 있는 세목이다. 국제비교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 인상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2016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9.2%의 절반 수준이다. 부가가치세 부담 역시 낮은 편이다. 2014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가가치세 부담은 4.2%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34개 OECD 국가의 단순평균 6.8%의 62% 수준이며, 순위로 따지면 29번째이다. 총 조세대비 부가가치세 부담 역시 17.2%로 OECD 평균 20.1%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국가별 순위는 26번째이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조세로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가장 어려운 세목 중 하나이다.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은 국정운영 지지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중장기 재정소요 충당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부가가치세 인상이다.

 

빠른 시작, 이것이 최선이다

 

결국 보편증세에 대한 방향성과 세부 방안, 여소야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추진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편증세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방안 등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는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정부 출범과 함께 논의되었어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들로, 시간이 지날수록 추진동력이 약해지는 문제들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보편증세를 추진할 골든타임을 이미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관련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이것이 최선이다.

 

전승훈 /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2017.12.1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