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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안치영

안치영

중국의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 개헌으로 인하여 시 진핑(習近平)으로의 권력집중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시 진핑 황제’라고 공공연히 보도되고 있다. 시 진핑 1인체제가 등장하였으며 종신토록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가주석 임기제한의 폐지는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하는 최고 지도자인 국가주석이 이론적으로는 종신까지 임기를 반복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국의 지도체제가 종신제의 1인체제로 복귀한 것일까? 이 문제는 국가주석 임기제한의 폐지가 종신제와 등치될 수 있는지, 집단지도체제가 유효한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집단지도체제가 여전히 작동한다면, 임기제한의 폐지가 1인체제로의 전환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종신제로의 회귀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의 지도체제를 평가하는 데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집단지도체제의 유효성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여전한 원칙, 중요한 변화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폐지되었는가? 아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아니다. 집단지도체제는 1980년 2월 중국공산당 11기 5중 전회에서 통과된 「당내 정치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이하 준칙)에서 확정된 것이다. 2016년 중공 18기 6중 전회에서 「새로운 형세하 당내 정치생활에 대한 약간의 준칙」(이하 신준칙)을 통과시켜 준칙을 보완하였지만, 신준칙에서도 “집단지도체제를 견지하고 집단지도와 업무에 대한 개인 분담 책임의 결합이 민주집중제의 기본 내용으로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이 어떠한 상황 하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이러한 제도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집단지도체제가 당의 지도체제의 원칙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신준칙은 준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여, 기존 준칙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고 있음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집단지도체제가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집단지도체제가 지도체제의 원칙으로 여전히 천명되고 있지만 두가지 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칙과 관련된 문제이다. 신준칙에서도 집단지도체제를 지도체제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더욱 강조하는 것이 당 중앙의 권위 수호이다. 신준칙에서는 당의 영도는 당 중앙의 집중 통일 영도라는 것과 국가와 정당에서는 ‘영도 핵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준칙과는 달리 집단지도체제를 독립적인 소절로 다루지 않고 민주집중제의 구성 부분으로 다룬다. 집단지도체제가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의미한다면, 신준칙에서는 권력의 집중을 강조하는 것이다. 당 중앙과 영도 핵심이 반드시 지도자 개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도자 개인에게 ‘핵심’의 지위를 부여하고, 집중에 대하여 강조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 개인의 권력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시 진핑 개인에 대한 선전과 관련된 것이다. 19차 당대회에서 베이징시 당서기 차이 치(蔡琦)는 시 진핑에 대하여 “영명한 영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현재 『인민일보(人民日報)』에 시 진핑이 “인민의 영수”라고 게시되어 있다. 그런데 “영명한 영수”는 화 궈펑(華國鋒)에 대한 호칭이었다. 화 궈펑은 1976년 마오 쩌둥(毛澤東)을 승계하여 당 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및 국무원 총리를 겸직하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되었다가 1980년 말 실각한다. 그가 실각할 때 비판받은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영명한 영수”와 같은 호칭을 사용하며, 그의 큰 사진을 신문 등에 게시하고 연설을 모은 책을 출판하는 등 과도한 개인선전으로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 진핑에 대하여는 “인민의 영수”로 호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민일보』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모두를 합친 크기의 사진이 게시되며, 시 진핑의 저작 『시 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習近平 談治國理政)』가 2014년과 2017년에 각각 1권과 2권이 출판되었다. 화 궈펑이 하면 매우 유해했던 일을 시진핑이 아무 문제 없이 하고 있는 것은 개인선전이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 진핑의 권위와 권력이, 화 궈펑은 물론 개혁 시기 새롭게 등장한 어떤 지도자보다도 크고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 진핑 체제의 독특성

 

이러한 집중에 대한 강조와 시 진핑 개인에 대한 공개적인 선전은 집단지도체제 형성 이전에 중국에서 이루어지던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집단지도체제의 원칙에 따르면, 당의 노선이나 방침, 중요한 정책, 인사 문제 등은 모두 당의 위원회에서 집단적으로 결정하며, 어떠한 개인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서기와 일반 위원은 평등한 일원으로 상하관계가 아니며, 우월한 1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그러한 집단지도체제의 원리와는 달리, 시 진핑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다른 지도자들에 비하여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작동방식이나 권력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을 개연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폐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1인 우위의 체제로 조정되기는 했지만 결코 집단지도체제 자체를 폐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하지 못하는 것이 한가지 근거라면, 왕 치산(王岐山)의 퇴임과 복귀는 그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근거이다.

 

규범과 관례에 따라 퇴진했던 왕 치산을 복귀시킨 것은 시 진핑의 권위가 19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더 강력해졌음을 의미한다. 그와 동시에 왕 치산이라는 강력한 동맹자를 필요로 할 만큼 시 진핑의 권위와 권력이 한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시 진핑의 체제는, 모순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잠정적으로 “1인 우위의 집단지도체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치영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중국학술원 자료센터장

2018.3.2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