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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별관광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닌 이유

김광길

김광길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5일,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관련 의견을 발표하며 대북 관광 개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북한을 개인적으로 오가는 관광이 추진되는 가운데 “북한 개별관광이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 여러 언론도 개별관광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대북제재가 대폭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재를 이유로 남북교류가 지나치게 엄격히 제한된 실정에 대해서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엔안보리 결의나 미국 단독의 대북제재에 북한 개별관광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벌크캐시 금지 등의 다양한 제재 이유를 북한 관광과 연결짓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벌크캐시' 조항 확대해석 말아야

 

벌크캐시 조항, 즉 대량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안보리 결의 조항은 크게 세가지다. 제2087호(2013.1) 제12조는 북한과의 수출입에 부과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벌크캐시의 사용에 대해 규정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결의된 제2094호(2013.3) 제11조는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행위 또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부과된 조치를 회피하는 데 기여하는 벌크캐시의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후 제2371호(2017.8) 제13조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특히 제2094호 제11조가 북한 개별관광이 제재 위반이라는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는데, 관광을 포함한 북한과의 모든 거래에 수반되는 현금 지급이 벌크캐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확대해석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낳는다. 예를 들어 현재 유엔안보리 결의로 북한은 HS코드 7류와 8류인 농수산물을 외국에 수출할 수 없다(제2397호 제6조). HS코드 6류인 꽃은 수출금지 품목이 아니므로 북한이 백두산 야생화를 말려서 외국으로 수출하더라도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다. 앞선 해석에 따르면 백두산 야생화 수출대금을 현금으로 받으면 벌크캐시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일 텐데, 이는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제외된 항목들까지 모조리 수출금지 품목으로 보겠다는 뜻이 된다. 이는 유엔안보리 결의의 취지를 뛰어넘는 해석이다. 또한 만약 제2094호 제11조가 모든 거래에 수반되는 벌크캐시를 금지하는 것이라면, 이 조항 하나만으로 북한의 대외 수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므로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대외 수출금지 품목을 확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2094호 이후에도 민생 목적 외 석탄수출금지(제2270호), 수산물수출금지(제2371호), 섬유제품수출금지(제2375호), 농산품수출금지(제2397호) 등 북한의 대외 수출금지 품목은 확대되어왔다.

 

따라서 유엔안보리 결의가 금지하지 않은 거래에 수반되는 현금은 벌크캐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 개별관광도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수반되는 현금거래는 당연히 벌크캐시 금지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개별여행은 미국 단독 대북제재에도 어긋나지 않아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반되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단독 대북제재에 해당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근거가 부족하다. 대북제재가 규정된 미국연방규정집(CFR)의 31권(통화 및 재정) §501.213(d)에는, ‘제재예외거래’ 중 ‘여행’이라는 제하에 ‘개인용 휴대가방의 반출입, 생활비 지급, 개인용품 및 용역 구입 같은 (…) 여행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거래에는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다만 이 규정의 주석으로 북한을 여행하고자 하는 미국인은 미 국무부의 특별허가를 받도록 정해져 있을 뿐이다. 여행을 허가받기만 한다면, 여행과 관련된 통상적인 경비 지급은 벌크캐시와 무관하며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더구나 같은 규정의 §510.511(a)에는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송금은 1년에 5천 달러까지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1년에 5천 달러까지의 송금이 허용된다면 북한 개별여행에 필요한 경비도 적어도 5천 달러까지는 벌크캐시와 무관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대북제재가 전적으로 법적인 문제는 아니며, 정치적 이유에 따라 해석의 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법적이고 논리적인 해석을 떠나 대북제재의 취지에 따라 북한에 대한 현금 제공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종 미군 발굴 활동을 위한 자금 지원이나 고가 장비 반입에는 대북제재가 적용되지 않도록 한 미국 「2016 대북제재 및 정책 강화법」(22 U.S.C.) §9228 (a)(3)을 보면, 실종 미군의 발굴을 위한 사업은 제재에서 예외인데 남북이산가족의 개별적인 고향 방문을 가로막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올해는 이산가족의 개별적인 고향 방문을 시작으로 북한이 개발해온 원산갈마지구 개막식에도 개별적으로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김광길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20.1.29.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