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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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당선은 당선이고 특검은 특검이다

조영선 /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지난해 12월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통과되자, 당선인의 친형 이상은, 처남 김재정씨 등은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그리고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의 이명박 특검에 대한 의견 요청에 대해 '재판기관인 대법원장이 소추기관인 특검을 추천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되고, 입법권의 한계를 넘는 특정인에 대한 처분적 법률이며, 공무원인 일선 검사들을 수사대상으로 삼아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영장 없이 참고인을 강제구인하게 한 점 등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해 이명박 특검에 대한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1월 10일 헌재는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처분적 법률로서 위헌인지, 대법원장 추천이 권력분립에 반하는지 등에 관하여 판단한 결과, 국회의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을 인정하면서 명백하게 자의적이거나 부당하지 않고, 무죄추정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그리고 권력분립의 원칙 등에 위반하지 않는다며 동행명령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정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과 너무 나간 법무부


그러나 헌재의 결정으로 특검법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원점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하다. 동행명령제가 합헌이라고 하였더라도 참고인들이 벌금을 감수하고 동행하지 않는다면, 영장에 의해 강제구인하지 않는 이상 동행명령제의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통상적인 영장에 의한 수사 및 증거보전 절차로써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고, 수사주체의 수사의지 못지않게 관련 당사자들의 수사협조 여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사실 1999년 이래 한나라당이 주도해온 수차례 특검에 대하여 침묵해온 법무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특검법은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 내지 반성적 고려에서 도입될 수밖에 없었으며 비상적 정치현실의 반영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번 특검은 비록 대선을 앞둔 정쟁과정에서 불거졌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과반수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초래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의무를 지닌 공익주체가 '이해 당사자'로서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시한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법무부 내부에도 여러 의견이 존재하고 있었고 특검 실시의 책임이 여하튼 검찰 자신에게 있음에도, 이를 자성하지 않고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기존 태도와 상반되게 굳이 위헌의견을 밝힌 점은 검찰의 중립성을 스스로 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분적 법률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을 인정해온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례를 모르지 않을 법무부가 굳이 일부 의견에 편승하여 위헌의견을 감수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이 입법재량권에 속하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추천과 임명, 이후의 수사 및 재판절차가 국회, 대통령, 특검, 법원 등에 의하여 기능적으로 분할되는 것이 오히려 현대적인 권력분립에 부합한다는 측면에 비추어도, 굳이 위헌의견을 제시할 만한 것이었는지 여전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검이 나아갈 길


만일 당선인의 경력, 재산 등에 대한 허위신고 사실이 드러난다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어 당선무효 사유가 된다. 그렇다면 선거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하여도 헌법 제84조에 따라 임기개시 후 재판절차가 정지되는가. 논란이 있겠지만 헌법 제84조가 선거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의 안정적 통치를 염두에 둔 규정이라면 반드시 정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정호영 특별검사는 최근 특검보를 추천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차비를 하고 있다. 이번 특검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단기간의 수사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 사건이 중대한 국민적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안이므로 조속하고도 공정한 수사를 통하여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이 통상적인 대질신문이나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의혹을 안았던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특검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주)다스에 유입된 경위, (주)다스가 190억원을 (주)BBK에 투자하게 된 경위, 당선인과 김경준의 LKe 등에 대한 동업과정, BBK 등에 대한 712억원에 이르는 투자유치 과정, 김경준의 (주)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조작 및 횡령 등에 대한 당선인의 가담 여부, BBK 투자금의 반환경위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 대다수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인의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관련 의혹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특검을 수용한 당선인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신뢰회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누가 독배를 마실 것인가. 오로지 진실만이 알고 있다.


2008.1.15 ⓒ 조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