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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한국경제를 질곡으로 내몰 것인가?

정준호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은 물가안정을 위해 2020년 3월부터 2023년 현재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10회 인상했다. 그 결과 미국의 정책금리는 0.0~0.25%에서 5.0~5.25%로 올랐다. 이러한 인상 기조는 끝나지 않아 시장은 올해 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1~2회 더 인상한다고 전망한다. 물가안정을 위해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그 효과가 미국에 한정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세계의 통화공급과 경기의 방향을 움직일 수 있다. 작년 8월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은 정부에 독립적이지만 연준에는 독립적이지 않다”라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단면을 보여준다. 주요 국가 중 러시아, 중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1.25%에서 2022년 7월 현재 3.25%로 올랐다. 미국 금리 인상은 대체로 서방 세계의 금리 인상을 초래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미국으로 향한다. 이에 따라 미 달러에 대한 수요 증대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달러로 거래되는 에너지와 곡물과 같은 상품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이들 수입국으로 전이되며, 달러 부채가 많은 국가는 경제적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은 미국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준에 발맞춰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역사적 경험을 반영하는 것으로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령 최근 한미 간 정책금리 갭이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유입되고 있다.

 

그 역사적 경험이란 1994~95년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3.25%에서 6.0%로 일곱차례에 걸쳐 거의 두배 가까이 올린 통화정책 긴축 사이클로, 연준이 경제의 ‘연착륙’을 이끈 드문 사례다. 그 당시 미국경제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는데, 베이비붐 세대가 한창 경력을 쌓고 있었고 이민 유입이 활발했으며 인터넷, 이동통신, IT 신기술이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신경제’의 생산성으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자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인플레 억제를 위한 미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1994년 멕시코 떼낄라 위기가 일어났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후자의 경우 해당국의 통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으로 발생한 거시경제 불균형과 급격한 자본 흐름 반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는 하다. 당시 이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나라들은 기업과 가계의 과도한 차입, 정부의 재정 적자 또는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환율을 방어하느라 사실상 고갈된 외환보유고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의 장기화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와 조우하거나 투기적 자본이 이를 이용할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거나 실제로 일어났다. 현재 상황이 1990년대 초반과 일부 비슷한 점이 있어 이것이 다시 재현될지가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6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했지만 경상수지 적자 폭은 그리 크지 않고, 올해 재정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양호한 편이며,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막대한 차입이 문제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이므로 미국의 고정금리 대출과 달리 기존 대출자에게 상당한 채무상환 부담을 안긴다. 차입 비용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일상적인 소비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 가구는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림자 금융의 일종인 전세계약에서 최근 역전세가 발생하는 것도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에 기인한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PF 대출은 이러한 부채 축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약한 고리다. 이처럼 미국의 긴축이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금융시장에 부정적이고 불균등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흡수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통화 긴축 국면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반등은 정부의 가계대출 선별적 공급, 즉 신용할당에 어느정도 기대고 있다. 주택시장 경기 연착륙을 위해 정부는 2023년 상반기에 9억 이하 주택에 44조원 정도의 특례 보금자리론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주택가격이 반등하면서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증가했고,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 방지 관련 대출은 가계의 DSR 규제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이처럼 외부 충격이 없으면 금리 긴축기라도 신용할당을 통해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도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조그마한 외부 충격에도 경제가 쉽게 요동칠 수 있게 만든다.

 

이처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를 주류 경제학 원론에서 나오는 바와 같이 기계론적·몰역사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각국의 제도적 배치와 시점과 상황, 그리고 투기자본의 행태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짐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미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되거나 오르면 우리도 그 수준을 유지하거나 인상해야 하므로 부채상환 부담은 더 크고 지속적인 압박과 통증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기에 부채상환을 위한 소득 증가를 여의치 않게 만드는 무역 적자와 저성장 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부동산 연착륙 대책처럼 소득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 통화 긴축기의 부채 증가와 그 기조의 연장은, 소득 증가를 넘어서는 부채상환 부담을 지움으로써 민간 소비를 줄이고 그에 따라 성장률을 떨어뜨려 국민경제를 더더욱 골병들게 한다.

 

통화 긴축을 내건 한은과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기재부와 금감원 사이 일견 보이는 엇박자는 한국경제를 더욱 질곡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민경제가 외부적 충격에 더 취약해지고 감기 정도의 증상이 독감이나 폐렴으로 전이되거나, 혹은 만성 기침과 상시적 천식을 수반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추이는 물론 정부와 한은의 정책결정 과정을 예민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정준호 /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2023.7.25.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