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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열망에 던지는 네가지 질문



정욱식



자고로 ‘K-방산’ 열풍의 시대다. 우선 이재명정부의 의지부터 확고해 보인다. “K-방산은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 자동차 등과 더불어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라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정부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025년 8월 중순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할 첫번째 추진전략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강군’을 정했다. 그 일환으로 강조된 것이 바로 방위산업 육성이다.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기 위한 제도혁신을 단행하며, “방산수출 진흥 및 방산기업 육성을 통해 K-방위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방위산업을 국가경제의 ‘주력’으로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망도 밝혔다. 


이러한 기조는 예산안에도 담겼다. 정부는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약 5조원 늘어난 66조 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특히 군사력 건설과 직결된 방위력 개선비를 13% 높였고 ‘K-방산 육성’ 예산도 올해 3000억원에서 내년 5000억원으로 60%나 증액했다. 그동안에도 방위산업 육성과 수출은 여야와 정권을 초월한 의제였지만, 이재명정부에 들어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 정부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반영해 국방비를 증액할 방침을 밝히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K-방산’을 향한 열망에는 다양한 요인이 녹아 있다. 우리의 운명이 외세에 의해 좌우되었던 역사에 대한 의식이나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은 물론이고, 박정희정권에서 시작되어 노무현·문재인 정부로 변형전이된 자주국방 열망, 전쟁의 확산 및 세계적인 군비경쟁 속에서 호황을 맞은 무기수출 시장에서의 이익 극대화 의지도 얽혀 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지정학적 혼란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강하게 일어나는 자강에 대한 열망, 무기 수출이 한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등도 병존한다. 


하지만 ‘묻지마식’으로 치닫고 있는 K-방산의 열망에 대해 차분히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먼저 윤리적·규범적 문제이다. 한국은 유엔의 무기거래조약(ATT) 가입국이다. 이 조약은 재래식 무기 및 부품이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 민간인 공격, 전쟁범죄 수행에 사용될 것을 인지한다면 무기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무기 수출은 이 조항에 저촉되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을 살펴보자.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2013〜22년 10년 사이 2.6배 이상 늘어났으며(313만 달러→824만 달러), 그중 수류탄·지뢰·어뢰·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가 99%를 차지했다.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 올해 8월 28일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찰의 전술장갑차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로 돌진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압사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장갑차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으로부터 대량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K민주주의를 자랑해온 한국이 수출한 장갑차가 타국의 민주화시위를 진압하는 데 사용된 셈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무기 수출의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그것이 품고 있는 윤리적·규범적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필요를 말해준다. 


두번째 질문은 ‘K-방산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가’이다. 물론 해당 기업은 성장할 것이고 그에 따라 직원들의 처우나 보수도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치켜세우면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정된 자원을 시민의 복리와 안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에, 국가적 차원의 방위산업 육성이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고용 효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산업연구원의 2017년 9월 보고서(대규모 무기획득사업,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야」)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국방비가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했지만 제조업 내 방위산업 고용비중은 0.9%에 불과했다. 또 미국 브라운대의 전쟁비용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 연구팀에 따르면, 1백만 달러를 각 분야에 투입할 경우 초·중등 교육 분야는 21명, 보건의료 분야는 11.6명, 인프라 분야는 8.7명,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6.8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지만 방산 분야는 그보다 낮은 6.1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한국이 국방비를 조절해 교육·보건의료·신재생에너지·인프라 등 공공분야 투입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더구나 공공분야 육성은 국가구성원 전체의 복리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세번째 질문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이다. 전례없는 폭염, 가뭄, 국지성 호우 등 기후재난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야말로 한국인을 포함한 인류 전체가 맞닥뜨리고 있는 실존적 위협이다. 그런데 군사 부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후 악당’이다. 무기와 장비를 생산·운용·사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주요 군사장비를 내연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연비는 30mpg 정도이다. 이에 반해 전투용 지프차(험비)는 6mpg,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무기인 K-2 전차는 1mpg, 주요 전투기는 이보다도 낮은 0.6〜0.8mpg에 불과하다. 낮은 연비와 다량의 연료 소비는 곧 다량의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이뿐 아니다. 군사장비는 일반적으로 철강, 알루미늄, 티타늄, 탄소섬유 복합재 등 고탄소배출 재료를 투입해 생산되므로 생산과정에서도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이러한 현실은 방위산업을 비롯한 군사 부문의 운용과 기후위기 대처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지막 질문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이다. 이재명정부도 다짐하고 있는 것처럼 2019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를 회복·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 지난 수년간 남북관계가 악화된 결정적인 이유는 군사문제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정부마저 군비증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 남북관계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이에 맞서 조선도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군비증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K-방산’의 열기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잊고 있거나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지 않은지 진지하게 성찰할 때이다.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장 

2025.9.2. ⓒ창비주간논평

커버 이미지: 2025년 방위산업 시민참여 페스티벌 중 블랙이글스 에어쇼 / 방위사업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