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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④] 누구의 전력, 누구의 부담인가?: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에너지 정의



한재각


지난 629,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 ‘갑작스럽다는 표현은 전력 당국이 더욱 절감할 일이다. 두달 전인 지난 4,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초안을 발표할 때는 없었던 대규모 전력 수요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이지만,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이기에 꼼꼼히 따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두 대기업 회장을 향해 국민 영웅이라 하고 90폴더 인사를 했는데, 따져 물을 강심장이 정부 내에 누가 있겠나.


전력 수요의 증가는 얼마나 될까? 정부 발표를 종합해보면, 용인과 서남권(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15GW6.3GW,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에 18.4GW를 합쳐 총 39.7GW의 전력이 필요하다.(충청권의 반도체 공장 증설이나 피지컬 AI 부문의 전력 수요는 따로 셈해야 한다.) 2025년 최대전력 100.9GW와 비교해보면, 39.3%에 달하는 엄청난 전력 수요다. 이런 대규모 전력 수요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해도, 문제는 없는가?


기후환경에너지환경부는 수요 예측에서부터 새롭게 하고 있다. 지난 820일 발표된 수정안을 살펴보면 2040년 최대전력(기준안/목표수요)158.4GW이다. 4월 초안과 비교하면 26.6GW나 증가한 것이고, 이를 1.4GW 핵발전소로 셈하면 19기를 더 지어야 공급 가능한 전력 수요다. 가장 수요가 많은 시간의 전력량이 아닌, 전체 전력소비량의 예측도 크게 증가했다. 2040년 전력소비량은 847.3TWh, 4월 초안과 비교했을 때 189.7TWh나 증가했다. 2025년 한전의 전력판매량(549.4TWh)34.5%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소비량 증가다.


정부는 이런 대규모 전력소비량 증가가 야기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35년 감축목표(NDC)에 맞춰 전력 시스템을 크게 저탄소화하더라도 추가 전력소비량에 의해서 발생하는 2040년까지의 누적 배출량은 44,638만톤이다. 이는 2024년 총배출량(63,900만톤)72.6%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그 결과 2035년 감축목표의 달성은 3대 메가 프로젝트만으로 4년이나 미뤄질 수밖에 없다. 험난하기 그지없을, 기존의 계획이 모두 달성되더라도 말이다. 전력과 별개로 반도체공장에서 직접 배출하는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존 전력소비량의 탈탄소화도 너무 벅찬데,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추가로 공급해야 할 전력 모두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올해 초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일각의 주장대로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을 피하려고 한다면, 대략 2040년까지 173.5GW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추가 건설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기존 전력소비량까지 탈탄소화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따로 건설해야 한다.


이제 겨우 1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놓았을 뿐이다. 엄청난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이토록 빠르게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따져 물어야 하지만, 제대로 묻고 답하지 않고 있다. 맹목적 재생에너지론자들이 가능하다며 논증하는 기술과 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들어서야 할 넓은 땅과 바다, 그 위에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농어민의 삶이 위태롭다. 또 그들이 지켜왔던 식량주권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재생에너지론자들의 장담과 다르게, 팽창하는 전력 수요는 다시 화석연료와 핵발전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지역 곳곳을 갈등으로 몰아넣는 송전선로 건설 계획들도 뒤따르게 된다.


정부는 빠른 건설 가능성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수명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탄소중립 목표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722일 국회 기후특위에서 나온 발언처럼, “3대 메가프로젝트냐, 탄소중립이냐 선택해야 할 판이다. 한편 삼성과 SK가 주문하고, 김성환 장관도 매만지고 있는 또다른 카드는 핵발전소다. 이는 최소 1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필요하기에 배출 증가를 막기는 힘들다. 게다가 대책 없는 방사성 폐기물 증가는 어찌할 건가.


잔뜩 부풀어오른 ‘AI 거품에 기대어 지구환경의 생태적 한계를 무시한 채 대규모 전력 수요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지속불가능하다. 게다가 전세계 배출량의 0.1%에 불과한 네팔이 겪은 빙하 붕괴와 홍수의 비극을 생생히 지켜본 지금, 대규모 배출 증가 프로젝트의 부정의는 송곳처럼 부끄럽게 마음을 파고든다. 정권과 여론이 반도체 초호황의 막대한 수익이나 AI 대세론에 사고가 마비되거나 저성장 위기와 지역격차 해결이라는 명분에 매달려도, 이 자멸과 착취의 프로젝트를 용납할 수는 없다.


아쉽게도 비판 진영조차 탈성장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수요라거나 투기 수요라며 데이터센터의 확장만 한정해서 문제 삼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나라를 먹여 살릴반도체 산업단지의 건설과 확장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심지어 허구적인 ‘53특 균형성장에너지 지산지소개념을 엮어, 호남권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옹호하기도 한다. 인간 사회의 생태적 한계에 대한 안이한 인식만큼이나, 지구 행성을 거덜내더라도 이윤 추구와 축적에 매달리는 자본 권력의 (특히 지역에 대한) 착취와 수탈에 대한 무감각이, 비판 진영까지 잠식하고 있다. 올해도 열리는 9월 기후정의행진은, 다행히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구를 불태우는 3대 메가프로젝트 폭주를 멈춰라!”


한재각 / 기후정의동맹 운영위원장


2026.9.2.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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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주간논평에서는 기획연재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통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 열풍의 배경과 실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획연재는 약 두달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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