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4대강 녹조 해결하려면 댐을 터라
김정욱 /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이명박정부는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4대강사업을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가뭄 때 4대강에 엄청나게 많은 물을 모아두었지만 실제로 해갈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뭄은 산간과 해안, 도서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4대강 하류에 모아둔 물을 거기 보낸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앞으로 큰 비가 올 때에 검증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것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홍수를 막아야 할 지역의 상류에 댐을 짓는 것은 보편적으로 다 하는 방법이지만, 하류에다 댐을 지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다. 강의 수위를 올리자 지난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주변 농지들이 침수되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고 지천의 물이 자연 배수가 되지 않아 펌프로 빼고 있는데 어떻게 홍수를 막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홍수 위험이 더 커졌다.
홍수와 가뭄에다 녹조까지 몸살 앓는 강
또 최근에는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댐을 만들면 물그릇이 커져서 물이 맑아지고 또 조류 성장이 억제된다면서 16개의 큰 댐들을 만들고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어 잘 흐르던 강을 고인 물의 호수로 연결해버렸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상식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자 지금 4대강은 온통 녹조로 뒤덮여 냄새가 진동을 하고 국민은 마실 물을 찾아 소동을 벌이게 되었다.
정부는 남한강이 아니라 (공사를 안한) 북한강에서 녹조가 먼저 발생한 것을 두고 폭염 때문이지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북한강에서는 지난겨울에도 녹조가 생겨 생선 비린내가 났었다. 수질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강 중의 하나다. 댐이 생기기 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녹조라는 것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댐으로 연결되었다. 평화의댐, 소양댐,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잠실수중보, 신곡수중보. 그러자 해마다 유역에서 배출되고 큰 비에 씻겨 내려온 오염은 댐의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왔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르는 동안 이 댐에 적응된 수십종의 조류가 나타나 각기 때를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걸핏하면 북한강에 녹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상식을 거슬렀더니
4대강사업 역시 강들을 댐으로 연결하여 물이 흐르지 못하게 가두어놓는다.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영산강 하구둑 앞에 죽산댐을 쌓으면 그 물은 영산호와 같이 녹조가 발생하여 썩어갈 것이고, 낙동강 하구둑 앞에 함안댐을 세우면 그 물도 낙동강 하구호처럼 녹조가 일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지금 낙동강과 영산강에 번진 녹조는 바로 하구호의 녹조가 그대로 상류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호수에는 오염이 축적되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수질이 더 나빠진다. 우리나라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이후 맑은 물 대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많은 강이 맑아졌지만 호수의 물은 계속 악화되어왔다. 시화호는 막은 후에 오염이 해마다 악화되어 결국 3년째 되던 해 둑을 틀 수밖에 없었고, 낙동강 하구둑도 4년째 되던 해에 오염이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바닷물을 일부 유입시키고 퇴적물을 준설하게 되었다.
정부는 4대강사업 후에 총인(總燐, 물에 녹아 있는 인화합물의 총량)의 44%가 4대강에서 줄었다고 발표를 했는데, 이는 인이 분해되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인이 4대강 바닥에 가라앉아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4대강에 급속하게 오염이 축적되어가고 있어서 해가 갈수록 재앙은 더욱 커지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셈이다.
댐을 트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댐을 터라. 무엇보다 4대강사업은 유지관리비가 너무 많이 든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강바닥을 준설했지만 벌써 적어도 25~30%가 재퇴적되었는데 이를 다시 준설하자면 매년 1조원 이상의 돈이 든다. 그밖에도 댐과 자전거도로, 수변공원을 비롯한 모든 시설을 관리하는 데 5천억원 이상이 들고 수자원공사가 진 빚의 이자까지 보태면 매년 2조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다. 지천은 역행침식(강 본류의 수위가 준설 등의 이유로 지천 수위와의 낙차가 커져서 생기는 침식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확산되는 현상)으로 무너져내리지, 또 어떤 지천들은 펌프로 배수해야지, 농경지는 침수되어 농사를 못 짓지, 지하수위(地下水位, 지면에서 지하 수면까지의 깊이)가 달라지면서 토지 이용에 온갖 문제가 생기지, 그 뒷감당을 하자면 4대강 사업비 못지않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16개의 댐을 해체하는 데는 2천억원이면 충분하다. 댐을 터라.
2012.8.2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