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1953 시인이자 소설가인 부닌은 러시아 중부의 보로네쥬에서 오래된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기말의 산업화 물결 속에서 영락해가는 지주계급과 곤궁한 농촌사회의 풍경이 그의 작품에서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지만, 거기에는 억압적인 전통사회에 대한 혐오와 동시에 지주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사상가 이반 일린은 그의 문학세계에 대해, “러시아 지주귀족의 영지가 러시아 문학, 아니 러시아와 세계의 문화에 가져다준 최후의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부닌은 1917년의 볼셰비끼 혁명이 일어난 지 몇년 뒤 빠리로 망명했으며, 1933년에 러시아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체호프의 서정적이고 간결한 문체를 계승한 부닌은 단편소설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휘했으며, 『쌘프란씨스코에서 온 신사』(1916) 『형제』(1914) 『일사병』(1925) 등이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장편으로 『마을』(1910) 『수호돌』(1911)과 자전적 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애』(1952)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