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 르 끌레지오의 작품은 공격과 생존, 방황과 화해라는 이중의 체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실은 작은 모험들을 통해 우화적으로 드러나고 파악되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는 일견 평온해 보이는 일상을 파고들어 인간의 내적 무질서와 세상과 인간 사이의 불화를 드러내는 데 뛰어난 소설가이다. 펜을 쥔 그의 손은 그 불화와 무질서에서 비롯되는 환각, 현기증을 기록하는 지진계이다. 종종 작중인물들이 비참한 운명을 맞는데, 이것은 자기파괴의 흔적이 뚜렷한 세계에 대한 작가의 염세적 판단의 귀결인 듯하다. 그렇지만 지혜의 재발견, 세계와의 화해를 카타르시스의 전조처럼 느껴볼 수 있다.